문창극은 칼럼니스트였다. 기자 생활을 오래하면 결국 논평을 맡는다. 자격증이 필요한 일은 아니다. 그래도 금도(襟度)는 있다. 사과로 간단히 부정해버릴 칼럼 따윌 써선 안 된다.
“지난주 화요일 오후 무궁화호로 부산 가는 길에 잠시 정차한 밀양역 대기실의 TV로 ‘문창극 주필’이 총리 후보로 지명됐다는 화면을 보았다. 문창극이 누구지? (…) 총리 후보가 될 정도의 주필이라면 당연히 알 만한데 문창극은 누구지? (…) 강연회가 끝나고 밤 10시경 뒷풀이 자리에서야 그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으로 들었다. 그가 썼다는 황당무계한 내용의 몇 개 칼럼 이야기가 전부였다. (…) 더 이상 알 필요가 없었다. 어디 그런 미친 칼럼을 쓰는 자가 한둘인가? 지난 번 윤창중이라는 자도 정말 알 필요가 없었다. (…) 사람이 그리도 없는가? 과거 총리가 초래한 일제 지배 탓에 잘 살게 되었다고 하니 아예 다시 일본 식민지가 되도록 하는 책임을 지는 책임총리를 하자는 것인가? 총리가 아니라 총독 후보자 아닌가?”
-문창극?(한국일보 ‘아침을 열며’ㆍ박홍규 영남대 교양학부 교수) ☞ 전문 보기
“그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중앙일보 재직 시절 쓴 칼럼에 대해 사과함으로써 언론인 스스로 논평의 자유를 제한했다. (…) 칼럼니스트가 칼럼을 갖고 사과하면 칼럼도 사과도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으로 내정된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문 후보자는 언론인으로서의 자기 삶도 부정한다’는 트윗을 날렸다.”
-칼럼니스트 문창극의 자기 부정(동아일보 ‘횡설수설’ㆍ송평인 논설위원) ☞ 전문 보기
문창극 지명은 박근혜정부 인사 난맥의 결정체다. 이번 대통령은 도무지 뭘 들으려는 의사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묘수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무능과 불통이 겹치면 재앙뿐이다.
“박근혜 정권의 가장 놀라운 점은 이들에게 소위 마키아벨리적 의미에서의 권모술수, 즉 “여우의 지혜”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일관되게 보이는 건 어떤 종류의 천진난만함, 즉 아이가 자기 눈을 가리면 다른 사람들도 자신을 못 볼 거라 믿는 것과 유사한 종류의 무구한 확신이다. (…) 철학에서 유아론(唯我論·Solipsism)이라 부르는 관점과 비슷하다. (…) 유아론은 ‘나에게 타당한 건 다른 모든 사람에게도 타당하다’는 사고방식이다. 유아론자는 자신과 동일한 규칙을 공유하는 타인만을 인정하는데 사실 그런 타자는 타자라기보다 동일자다. 유아론자에게는 자신과 다른 규칙으로 살아가는 사람, 진정한 의미에서 타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유아론자에게 ‘대화’는 없다. (…) 일방적 선언, 설교, 명령에 대답이 존재한다고 해도 그것을 대화라고 할 수는 없다. ‘나’는 통치하는 사람이고 ‘말하는 사람’이라는 것. 국민은 통치의 대상이고 ‘듣는 사람’이라는 것. (…) 대화(dialogue·다이얼로그)의 외피를 걸친 독백(monologue·모놀로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예전부터 토론을 기피하는 정치인으로 유명했다. (…) 핵심 권력집단 내부에서도 의견 조율이 안 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정도로 박근혜 정권의 커뮤니케이션은 별나게 폐쇄적이다.”
-모놀로그 정권(한겨레 ‘야! 한국사회’ㆍ박권일 칼럼니스트) ☞ 전문 보기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달라지지 않는 이유는 인사를 총괄하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존재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비서실장이 교체되지 않고는 인적 풀의 확대는 물론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변하기 어려울 것이다. (…) 인적 쇄신의 핵심은 당연히 전문성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는 소신이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어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지금까지의 비판의 핵심은 ‘불통’에 대한 것이었기에 총리와 내각의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는 대통령의 부족하고 잘못된 언행에 대해 쓴소리를 할 수 있는 배포이다.”
-이런 인사로는 안 된다(6월 14일자 동아일보 ‘동아광장’ㆍ윤종빈 명지대 교수) ☞ 전문 보기
박 대통령은 내심 미심쩍고 당황스러울 터. 또 틀렸다. 왜 주변엔 문창극 성토만 무성한가. 실수가 잦다. 하지만 승리는 내 운명이다. 어쨌든 대통령까지 됐다. 그렇게 레임덕은 온다.
“가까스로 모면했던 레임덕 위기가 다시 찾아오고 있다. 통합과 탕평을 주문한 선거 결과와는 반대로 내각과 청와대가 친박 측근들로 채워지자 민심의 이반이 역력하다. (…)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함에 사로잡힌 박 대통령도 측근을 기용해 정면돌파 하려는 생각을 가졌을 터다. 그러나 인사난맥과 국정실패의 한가운데에 있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자리에 그대로 놔두고 국정이 올바로 굴러갈 수 있겠는가. 친일 식민사관, 극단적 반공이데올로기, 빗나간 종교적 신념을 가진 문창극씨를 국무총리에 앉혀놓고 국정개혁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너희끼리 잘 해보라”는 냉소와 방관만이 넘쳐날 게 뻔하다. (…) 박 대통령은 조만간 레임덕 위기를 결정짓는 중대 기로에 놓이게 된다. 문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이 첫 관문이다. (…)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 박 대통령은 치유 불능의 정치적 내상을 입게 된다. ‘문창극 역풍’은 다음달 재보선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 문창극 인사 파문으로 박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로 추락한 것을 보면 새누리당 과반 의석 붕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회가 여소야대가 되면 야당의 협조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그야말로 ‘식물대통령’으로 전락하게 된다. (…) 박 대통령은 지방선거에서 불통과 독선의 국정운영이 용인 받은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문 후보자 지명은 민심을 오독한 박 대통령의 자충수다.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66%가 사퇴를 요구하는 데도 아랑곳 않고 밀어붙이는 것은 그보다 더한 무리수다. 레임덕을 재촉하는 것은 어느 누구도 아닌 박 대통령 자신이다.”
-레임덕 자초하는 대통령의 오기(한국일보 기명 칼럼ㆍ이충재 논설위원) ☞ 전문 보기
“박 대통령은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것이란 일반적 예상과 달리 여당이 그런대로 선전한 결과를 보고 또 한 번 자신의 확신을 다졌을 가능성이 있다. (…) 박 대통령은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대통령까지 됐다. 이런 사람의 자기 확신은 스스로 거의 ‘운명적’이라고 느낄 정도로 강력할 수 있다. 확신이 강하면 강할수록 해저드는 더 깊어진다. 대통령이 해저드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모두가 보게 되는 그때를 ‘레임덕’이라고 부른다.”
-프레지던트 해저드(6월 13일자 조선일보 기명 칼럼ㆍ양상훈 논설주간) ☞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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