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을 소재로 한 실험이 연극과 무용, 두 차원의 무대에서 펼쳐진다.
둘 중 연극 행위는 최소한의 빛만 가지고 이뤄진다. 한껏 예민해진 청각을 격렬한 언어 혹은 침묵이 자극한다. 다른 한편에는 그러나 마치 축제 같은 활기의 소란이 극장 공간을 채운다. “외국 영화 보니까 절벽에 팔 낀 남자가 자기 팔 자르고 살던데…” 출연자가 영화 ‘127 시간’을 끌어올 만큼 상황은 절박하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의 마지막 생존자 이야기를 모티프로 한 극단 푸른달의 ‘어둠속에서’는 객석에 최소한의 조명만을 쏜다. 관객은 들킬세라 숨죽여 지켜볼 뿐이다.
지난해 대학로에 입성한 푸른달의 이번 실험은 그 예리한 끝을 객석에 겨눈다. 큰 진동과 함께 거대한 뭔가가 무너지는 소음과 비명. 팔이 잘린 것이다. 배우들의 절규는 실체다. 결국 중장비가 생존자 두 사람이 있는 현장에 당도한다. 마침내 벽이 무너지고 틈새로 들어 온 섬광이 객석에 보여주는 것은 처참히 짓이겨진 사람의 모습이다.
생존자들의 절박감을 실현하기 위해 극단은 극장 구조의 변경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배우들의 뒤척임조차 그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무대와 객석을 최소화하는 공사를 한 것은 그래서다. 연극의 작자이자 연출자인 박진신씨는 “실제 붕괴 사고의 생존자들이 구출 1시간 전 어떤 얘기를 했을 까에 대한 상상에서 출발해 그들이 겪었을 감각의 고통을 극대화시키려 했다”고 말했다. 7월 10일까지 푸른달극장. 070-4196-7088

댄스시어터 집(Zip)의 무용극 ‘문밖에서’의 공간감은 정반대다. 조명의 범위를 최대화해 극장을 무도회장으로 만든다. 관객들은 입장하는 족족 무용수의 권유로 자연스레 무대에서 왈츠를 추는 것으로 극의 일부가 된다.
안무자 김윤규씨는 “연기, 대사, 노래 등을 포섭해 광의의 춤 극이 펼쳐지는 마당으로 거듭 날 것”이라며 “극장 안이 일상에서 춤이 녹아 든 공간으로 전이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10년 전 극단 트러스트를 창단하고 올해 “날 것, 거친 느낌”을 외치며 독립한 이 무용단의 첫 작품이다. 단속적으로 파편처럼 던져지는 음악의 불편함까지, 이 무용단의 전략인 셈이다.
김씨는 “피나 비우쉬의 독일 극단 탄츠 시어터보다 더 광의의 춤이 목표”라며 “가무악 일체는 물론 연기, 대사, 노래까지 어우러지는 총체적 마당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부러 거칠게 만든 배경 음악이 극장에 춤판의 활력을 더한다. 19~21일 아르코예술극장소극장. 1544-1555
장병욱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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