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안 다니는 자전거 도로... 좌초된 사업에 보조금...
시간당 1대도 안 다니는 도로가 있다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그런데 실제 이런 도로가 있다. 더구나 지금까지 투입된 돈만 8,000억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MB 정부가 녹색성장 정책의 하나로 전국 각지에 깔았던 자전거도로 14개 구간의 자전거 교통량은 10개 구간에선 시간당 10대 이하, 2개 구간에서는 0.5~1대에 불과했다. 단거리 이동수단이란 자전거의 특성을 감안치 않고 지역을 넘나드는 장거리 노선 비중(57%)을 늘린 탓이다.
같은 사업에 예산이 중복되는 사례는 이제 예삿일이다. 강원 인제군 용늪 생태정비 사업엔 문화체육관광부가 20억원, 안전행정부가 20억원을 할당했고, 경북 구미시 정비사업엔 이름이 다르다고 문화재청이 두 차례나 보조금 지원을 할 뻔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풍력단지 시범사업이 사실상 좌초했는데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국고보조금 122억원을 지급해 돈을 묵혔다.
이처럼 예산을 낭비했다가 국회나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정부 부처 사업이 연간 345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세수가 부족한 상황인데도 맹목적인 국책사업 추진, 말뿐인 부처협업, 사전검토 미비 등으로 아까운 세금을 축내고 있는 셈이다.
17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국회 예결산특별위원회의 2012년 결산 검토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된 573건의 정부 사업 중 326건(57%)이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분류됐다. 같은 기간 감사원이 비슷한 이유로 지적한 사업은 19건이었다.
낭비 유형별(중복집계)로 나눠보면 집행단계에서 예산을 애초 계획대로 사용하지 않거나 비효율적으로 사용한 사업이 249건으로 가장 많았다. 예비타당성 조사도 하지 않고 다른 부처와 중복사업을 벌이는 등 예산편성부터 부실한 사업은 155건,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사업은 35건이었다. 부처별로는 국토교통부(45건) 국방부(28건) 보건복지부(22건) 등이 심했다.
박노욱 조세재정연구원 성과관리센터장은 “예산 집행 단계에서 실시간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부처간 중복사업을 없애기 위해 부처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