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는 겨울여행지라고 이야기한다. 눈 많이 와서 그럴 거다. 삿포로 눈축제가 워낙 유명한데다 영화 ‘러브레터’의 여운이 여전히 가시지 않은 탓도 크다. 여름 들머리에 이 설국(雪國)에 발 디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맘때 홋카이도 여행, 한번 해 볼 만하다. 겨울보다 천연한 자연 제대로 볼 수 있다. 어디가나 호수는 유리처럼 맑고 대지는 또 초록이 웅숭깊다. 무구한 대지 밟고, 호수 마주하면 아옹다옹 사는 일이 참 별거 아니란 생각 든다. 마음 은근히 편안해진다. 이쯤 되면 사는데 여유 좀 갖게 될 거다. 동부 지역을 훑는데, 눈 번쩍 뜨일 자연들이 많다. 그 몇몇 포인트들은 이렇다. 하나 덧붙이면, 렌터카 이용하면 훨씬 더 잘 볼 수 있다.
● 낙엽송 울창한 독일식 펜션마을…페리엔도르프
페리엔도르프는 오비히로 인근에 위치한 독일식 펜션마을이다. 실제로 이곳 주인은 독일의 한 농촌을 벤치마킹해 페리엔도르프를 조성했다. 숲이 참 멋지다. 광활한 전원지대에 하늘로 쭉쭉 뻗은 낙엽송들이 울창하다. 이 사이사이에 2층 통나무집 90여 채가 숨어 있다. 나무가 어찌나 빼곡한지 바로 옆 통나무집조차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맑은 새소리 들으며 주변을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하이킹을 즐긴다. 영화에서 보는 유럽 어느 고성의 정원을 거니는 것 같은 기분 느끼게 된다. 리조트나 콘도 말고, 산과 나무와 숲에 폭 안긴 천연한 휴식처가 한국에도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절로 든다. 오비히로 역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다. 근처 간다면 묵어본다. 바비큐도 가능하다. 밤하늘에 별들이 떼로 몰려다닌다. 치즈 제조 과정을 구경할 수 있는 목장이 이곳에서 가깝다. 홋카이도는 낙농업이 발달해 유제품이 인기다. 펜션단지 안에도 작은 목장이 있다.
● 두루미의 보금자리…쿠시로 습지
쿠시로는 오비히로에서 차로 약 2시간 거리, 이 도시 인근에 쿠시로 습지가 있다. 일본에서 규모가 가장 큰 습지다. 그 면적이 일본 전체 습지의 59%나 된다. 아이누족 습지의 신(神) 사루룬 카무이의 보금자리로 알려졌다. 아이누족은 홋카이도의 원주민, 사루룬 카무이는 두루미를 가리킨다. 그래서 이 지역 두루미가 명물이다. 지난 1,000년간 여기서 살았고 수많은 설화에도 숱하게 등장한다. 두루미를 비롯해 2,000여종의 동물들이 습지에 살 붙이고 산다. 이거 제대로 보려면 이를 관통하는 노롯코 관광열차를 탄다. 번갈아 나타나는 천연한 늪지대와 호수를 바라보면 마음까지 시나브로 깨끗해진다. 운 좋으면 두루미떼의 군무도 볼 수 있다. 관광열차는 쿠시로 역에서 출발한다. 종착역까지 편도 40~50분 걸린다.
● 유리처럼 맑은 호수, 온천 뿜는 산…아칸국립공원
아칸국립공원은 홋카이도 최초의 국립공원이다. 국립공원 동쪽 지역에 위치한 마슈호, 이오잔(유황산), 아칸호를 구경한다.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들이다.
홋카이도 동부지역에는 호수가 참 많다. 이 가운데 아칸국립공원 내에 있는 마슈호는 ‘마슈블루’로 불린다. 그만큼 물색이 푸르다. 또 어찌나 맑은지 30m 깊이의 물속까지 훤히 보인다. 러시아 바이칼 호수 다음으로 투명하다고 자랑하는 사람도 있다. 마슈호는 화산 분화구에 물이 괴어 형성된 화구호. 그래서 해발 350m 높이에 있다. 동쪽 산자락을 따라 20분쯤 차로 올라야 나타난다. 호수를 에둘러 몇몇 전망대가 있다. 여기서 보면 백두산 천지와 비슷하다. 둘레가 20km, 최대 수심이 212m에 이른단다. 푸른 물빛 명성처럼 압권. 맑고 바람 고요한 날, 호수 건너편 산줄기가 수면에 반영된 풍경도 감동이다.
이오잔(유황산)은 이름처럼 산 전체에서 유황온천이 솟는 산이다. 들머리부터 매캐한 냄새가 진동한다. 거대한 산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풍경이 장관이다. 가까이 다가가서 바위 구멍들에서 누런 빛깔 온천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 보면 눈이 놀란다.
아칸호 역시 둘레가 30km나 되는 바다 같은 호수다. 대형 유람선이 다니지만 기슭에서는 산책을 하거나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도 만나게 된다. 미동 없는 수면처럼 고요하고 또 평온한 풍경에 마음 절로 푸근해진다. 호수 주변은 온천 관광지로 이미 유명하다. 유람선 선착장 부근, 큰 호텔 안마당에는 누구나 무료로 온천 족욕 즐길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다. 마을 배후에 위치한 스키리조트의 슬로프는 호수 조망을 위한 전망대로 운영 중이다. 전망대라고 해봐야 슬로프 중턱에 자리 잡은 벤치가 전부다. 그래도 여기 가서 앉으면 도시에서 얻은 체증 쑥 내려간다. 겨울에 와도 좋겠다는 생각든다. 호수 바라보며 즐기는 스키가 일품일 테니까 말이다. 마을에는 아이누족의 민속촌도 있다. 전통공예품 등을 만들고 판매하는 상점들이 많다. 사랑의 상징으로 꼽히는 ‘마리모’, 부엉이 모양의 다양한 조각을 둘러보며 산책한다. 특히 마리모는 아이누족이 처음 발견한 파래처럼 생긴 녹조류인데 족장의 딸과 하인 청년의 이루지 못한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어 유명하다. 이 지역에는 섬수리부엉이가 많은데 날개를 펴면 그 길이가 2m나 된단다. 부엉이 조각 많은 이유다. 아칸호 주변에서 하루 묵으면 로맨틱한 추억 제대로 만들 수 있을 거다.
마슈호, 이오잔, 아칸호가 서로 멀지 않다.
● 불곰 흔적 더듬는 트레킹 짜릿…시레토코 국립공원
홋카이도의 동북쪽 끝이 시레토코 반도다. 여기에 시레토코국립공원이 있다. 도로에서 사슴 마주치는 일이 빈번할 만큼 인공의 때 묻지 않은 땅이다. 여기가면 다섯 개의 호수(시레토코 5호라고 한다)를 관통하는 트레킹 코스는 꼭 걸어본다. 홋카이도 대표 동물인 불곰과 교감할 수 있는데다, 이곳 자연이 얼마나 천연한지 실감할 수 있는 길이다.
트레킹은 시작부터 흥미롭다. 불곰과 마주쳤을 때 주의사항을 영상으로 감상한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방어용 스프레이를 가진 인솔자가 동행한다. 상상만으로 짜릿하다. 홋카이도 전체에 약 600마리의 불곰이 있고, 이 가운데 호수 주변에 6~7마리가 산다. 트레킹 중간에 불곰을 만나면 참가자들은 온 길을 되돌아 철수해야 한다니 한 번 더 짜릿하다. 5월 전후로 출몰이 잦고 나머지는 안전하다는 것이 인솔자의 설명이다. 숲은 울창하고, 나무마다 불곰이 새겨놓은 발톱자국 선명하다. 길에는 불곰의 발자국이 드문드문 나타난다. 먹이 잡느라 불곰이 구멍 낸 나무 둥치도 눈길을 끈다. 불곰이 좋아한다는 식물은 하얀 꽃을 피웠다.
다섯 개의 호수들은 고요하다. 안개 자욱하면 몽환적이다. 오래된 나무 한 그루만 있어도 분위기 신비한데 이런 나무들 숱하게 모여 있으니 숲이 신령스럽다. 새소리, 바람소리는 또 어찌나 청명한지, 듣고 있으면 마음까지 맑아진다. 한국에도 ‘○○길’ 참 많다. 그러나 이렇게 가슴 뛰는 길은 또 드물다.
트레킹 코스 완주하는데 약 3시간 걸린다. 일단 시작하면 중간에 되돌아 나올 수 없다. 불곰의 흔적 더듬고 호수 조망하며 쉬엄쉬엄 걸으면 이 시간 그리 길지 않게 느껴진다. 트레킹 코스 마지막 구간은 호수 옆 초원 위를 가로지르는 고가산책로다. 풍경 정말 예쁘니 여기까지 꼭 보고 나온다.
● 여행메모
▲ 홋카이도 렌터카 여행 팁
운전하는 것 즐긴다면 렌터카 이용해 본다. 직접 자동차를 몰고 찾아가 만나는 홋카이도의 자연은 두 배의 감동을 안겨준다. 도로가 한갓져 운전하기 부담 없고, 기름 값도 한국보다 약간 저렴한 편이다. 여정 중에 마음 내키는 곳에 차를 세우고 느긋하게 여행 즐길 수도 있으니 이래저래 장점 많다. 국내 운전면허시험장이나 경찰서에 가서 딱 10여분 투자하면 국제운전면허증 발급 받을 수 있다.
도요타 렌터카, 닛산 렌터카가 홋카이도 신치토세 공항에서 5분 거리다. 공항에서 각 렌터카 지점까지 무료 셔틀 버스가 운행한다. 도요타 렌터카는 다양한 차종을 보유하고 있어 선호도가 높다.
렌터카 여행 계획할 때 홋카이도 익스프레스웨이 패스(HEP)는 메모해 둔다. 한국의 하이패스같은 고속도로 정액 요금제 상품이다. 정해진 기간 자유롭게 고속도로 이용할 수 있다. 2일권 3,600엔, 5일권 6,700엔. HEP한국어홈페이지(www.e-nexco.co.jp/news/hep/k)에서 정보 얻을 수 있다.
▲ 홋카이도 렌터카 여행 여행상품
일본 전문 여행사 에나프투어가 다양한 홋카이도 렌터카 여행 상품을 판매한다.
‘홋카이도 도동 대자연체험’ 상품은 홋카이도 신치토세 공항에서 렌터카를 받은 후 오비히로→쿠시로 습지 노롯코관광열차 탑승→아칸호→마슈호→시레토코 국립공원 트레킹 등의 일정으로 여행한다. 페리앤도르프 숙박도 포함된다. 가격은 4박 5일 일정 상품 114만9,000원부터, 5박 6일 124만9,000원부터다.
홋카이도의 이름난 도시인 삿포로와 오타루를 돌아보는 일정의 렌터카 상품도 있다. ‘삿포로 오타루 렌터카’ 상품은 홋카이도의 대자연을 구경하고 삿포로 시내와 함께 영화 ‘러브레터’의 무대가 된 오타루를 관광하고 드라이브 코스로 명성 자자한 니세코 사코탄 해안을 달려본다. 온천도 포함된다. 2박 3일 일정 상품 56만9,000원부터, 3박 4일 64만9,000원부터다. 해당 상품 렌터카는 주로 도요타 렌터카다. 에나프투어 (02)337-3088
일본정부관광국 한국사무소가 운영하는 ‘j루트’ 캠페인 공식 홈페이지(www.jroute.or.kr)에서 일본 여행에 관한 다양한 정보 얻을 수 있다.
홋카이도=글ㆍ사진 김성환기자 spam001@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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