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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005년 카트리나 사태 후 재난 관리 '환골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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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005년 카트리나 사태 후 재난 관리 '환골탈태'

입력
2014.06.1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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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8월 29일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물에 잠긴 미국 루이지애나주 세인트버나드에서 부보안관 등 지역 경찰들이 보트를 이용해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AP 자료사진
2005년 8월 29일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물에 잠긴 미국 루이지애나주 세인트버나드에서 부보안관 등 지역 경찰들이 보트를 이용해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AP 자료사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4일 뒤인 2005년 9월 2일. 조지 W 부시 대통령, 캐슬린 블랑코 루이지애나 주지사, 레이 내긴 뉴올리언스 시장이 처음으로 회동했다. “뉴올리언스의 책임은 누가 집니까.” 부시 대통령이 물었다. “주지사입니다.” 내긴 시장의 말에 블랑크 주지사에게 시선이 쏠렸으나 그의 답은 달랐다. “시장이 책임자인 것 같습니다.”

미국 역사상 최대 자연재해로 기록된 카트리나로 뉴올리언스는 80%가 침수되고 45만명이 생활 터전을 잃었다. 대통령, 주지사, 시장은 카트리나 사태를 방지해야 할 책임자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시신이 물위를 둥둥 떠다니고 살아 남은 이들은 지붕 위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데도 책임을 떠넘겼다. 3인의 공방은 미국 재난시스템과 리더십의 붕괴를 알리는 상징적 장면이기도 했다.

내긴 시장은 긴박했던 순간 자리를 비우고, 대피명령도 내리지 않아 모든 구조장비와 인력을 무용지물로 만든 장본인이었다. 블랑코 주지사는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역할을 구분하지 못한 채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미숙하게 대응한다고 연방정부만 탓했다. 의 대응은 인접 앨라배마와 미시시피주가 주정부의 리더십이 발휘된 것과는 상반된 것이었다. 블랑코 주지사는 여론 압력에도 불구하고 재해대책 지휘권을 끝내 연방정부에 넘기지 않아 혼선까지 자초했다. 허리케인의 단골 피해지인 플로리다주에서는 재해가 발생하면 주지사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지시계통을 분명히 한 뒤 연방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는 것과는 달랐다.

FEMA 역시 구조대원과 물자를 현지에 보내는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부시 행정부는 법률상 주정부와 지방정부가 초기 재해 책을 책임지며 연방정부는 이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지원하는 역할만 한다고 뒤로 물러섰다. 뉴올리언스가 경찰관이 상점에서 TV를 약탈하고 구조대원마저 인명을 구하는 대신 상점의 가전제품을 훔치는 무법천지로 변했지만 이마저 부시 대통령은 흑인 탄압이란 정치적 부담을 우려해 군대투입을 주저했다.

더구나 카트리나가 몰려올 당시 부시 대통령은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가족과 쉬고 있었다. 연방정부 차원의 대책을 지시했다고는 하지만 대통령의 리더십은 부재했다. 여기에다 대통령 전용기에서 피해 지역을 내려다보는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부시 대통령은 지상의 고통을 모르는 지도자로 전락했다.

카트리나가 지나간 이후 미국이 한 일은 미래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방안을 찾는 것이었다. 의회에서 20여 차례 청문회가 열리고 300여명이 증언대에 섰고 다양한 영역의 문제점과 대책들이 제시됐다.

미국 미시시피주 걸프포트 중심가에 힘없이 쓰러져 있는 건널목 신호등이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로이터 자료사진
미국 미시시피주 걸프포트 중심가에 힘없이 쓰러져 있는 건널목 신호등이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로이터 자료사진

먼저 주정부와 주정부, 연방정부 중 누가 재난대책을 지휘할 것인가가 논란이었다. 카트리나 이후에도 영토가 광대한 미국은 주정부와 지방정부가 우선 재난 대책을 맡아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다만 연방정부는 재난대책을 1차적으로 지원하되, 주정부가 초기 재난 대응에 실패할 경우 연방정부가 직접 개입해 대책을 지휘하도록 하는 절차를 마련했다. 또 서로 상황을 신속하게 보고하고 또 이를 필요한 지역에 전달할 수 있는 국가관제센터(NOC)를 설치해 초기 혼선을 막도록 했다.

최대 공방은 FEMA의 역할에 모아졌다. 9ㆍ11 이후 정부조직이 개편되면서 독립기관이던 FEMA는 신설된 국토안보부에 흡수돼 재난 관리도 테러를 막는 관리와 비전문가들의 손에 넘어갔다. 부시 정부는 FEMA의 조직이 방대하고 비효율적이라며 기능을 축소시킨 상태였다. 이런 FEMA가 카트리나 사태에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지만 의회에선 FEMA에 책임을 물어 아예 기관을 폐지하고 새로운 조직을 신설할 것을 요구했다.

이런 FEMA 역할 공방은 한국의 세월호 참사 이후 해양경찰청의 책임 논란과 유사하다. 하지만 결론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한국 정부가 해양경찰청의 해체를 결정한 반면 미 의회는 결국 FEMA의 재난 대책 전문성을 인정해 기능과 역할을 오히려 강화시키고 이전과 같은 독립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듬해 마련된 카트리나 비상관리개혁법(PKEMRA)은 FEMA를 자연재해, 테러, 인재에 대비하거나 보호할 수 있는 국가적 노력을 주도하는 재난대책 중심 기관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FEMA는 청장의 직위가 격상됐고 기관의 독자성이 상당 부분 인정됐으며 다른 기관의 기능까지 넘겨 받아 권한과 책임이 막강한 조직으로 재부상했다. FEMA는 특히 국가재난통합관리센터를 설치해 재난 대책을 일원화 했고 별도의 수색구조전담팀인 도시재난탐색구조(US&R) 태스크포스도 설립해 운용하도록 위상이 한층 강화됐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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