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무기수출 3원칙 개정 후
미쓰비시ㆍ가와사키 중공업 등
파리 무기 전시회 무더기 참가
자위대용 방위 산업 넘어서
외국과 첨단무기 협력 잇따라
집단적 자위 행사 실현 땐
보유금지 무기 개발 길도 열려
무기 수출 족쇄가 풀린 일본 방위산업이 거침없이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16일 프랑스 파리 교외에서 개막한 무기·방위장비·재해설비 국제 전시회인 ‘유로 사토리’에는 일본의 가와사키(川崎)중공업, 히타치(日立), 미쓰비시(三菱)중공업, NEC, 도시바(東芝), 후지쓰(富士通) 등 13개 기업이 참가했다. 일본이 무기 관련 전시회에 대거 참여하는 것은 전후 처음이다. 일본 기업들은 임시로 다리를 설치할 수 있는 민군 공용의 특수 차량을 비롯해 지뢰탐지기, 기상관측 레이더, 야간용 렌즈, 구명구, 전차 엔진용 패널, 공대공 소형 표적기용 패널 등을 선보였다.
방위산업체들의 해외 협력도 부쩍 활발해졌다. 미쓰비시(三菱)전기가 영국 방산회사 MBDA와 공대공 미사일의 정확도를 높이는 장치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고, IHI도 미국, 유럽의 군수품 제조회사와 미사일 관련 장치 개발 협의에 착수했다. 스미토모(住友)정밀공업과 KYB 등도 전투기 착륙시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 생산을 놓고 미국 록히드마틴과 협의를 시작했다. 미쓰비시 중공업은 세계 최대 미사일 제조업체인 미국의 레이시온사와의 라이센스 계약에 따라 생산해온 미사일용 고성능 센서를 미국에 수출할 방침이다.
이른 분위기를 앞장서 만들어 가는 것은 실은 일본 정부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5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에서 수중 경계 감시에 사용되는 무인 잠수기 등 방위장비의 공동개발 협정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4월 토니 애벗 호주 총리와 회담에서는 잠수함 관련 기술에 대한 공동연구에 착수키로 했다. 여기에 더해 일본 정부는 전차 공동개발을 목표로 독일과 당국간 협의도 추진 중이다.
헌법을 통해 원칙적으로 군대 보유와 전쟁 참여를 금해온 일본 정부가 과감하게 무기 수출에 나선 것은 지난 4월 아베 내각이 ‘무기수출 3원칙’을 전면 개정하면서부터다. 무기수출 3원칙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밝힌 것으로 ▦공산권 국가 ▦유엔이 무기 수출을 금지한 국가 ▦국제분쟁 당사국 또는 그 우려가 있는 국가에 대해 무기 수출을 금한다는 내용이다. 아베 내각은 이를 ‘방위장비 이전 3원칙’으로 말을 바꿔 수출 금지 대상국에서 ‘공산권’과 ‘분쟁 우려가 있는 국가’를 삭제했다. 또 무기 수출 허용 조건으로 평화 공헌ㆍ국제 협력이나 일본 안보에 도움이 되는 경우를 추가했다.
이에 따라 자위대용 장비 개발에만 주력해온 일본의 방위산업의 틀 자체가 바뀌게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내 방위산업 규모는 연간 약 1조5,000억엔(15조원)으로 수백조원 규모의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이 미미했다. 무기수출 3원칙 해제를 통해 수출 폭을 확대해 방위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데 아베 정권과 일본 산업계의 이해가 일치한 결과다.
이를 정책적으로 뒷받침 하기 위해 일본 방위성은 방위장비 국산화 추진이라는 종전 방침 대신 ‘방위장비 이전 3원칙’ 하에서 정부 주도로 적극적으로 국제 공동개발에 참여하는 등 새 전략까지 마련했다고 NHK가 17일 전했다. 국내 기술로 자위대가 요구하는 성능과 납품 일정을 맞출 수 있는 장비는 국내 개발을 기본으로 하되 국내기술의 향상과 생산비용 저감 등 면에서 장점이 있는 경우 국제공동개발을 검토한다는 것이 골자다. 또 외국과 방위산업 협력을 통해 일본의 독자적인 무기 개발 역량이 상승하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국제공동개발 등을 통해 센카쿠 열도 유사시에 대비한 수륙양용기능, 동중국해 경계 및 감시를 위한 레이더, 무인 정찰기 등 일본이 보강해야할 분야에서 역량을 키울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이는 초읽기에 들어간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도 무관치 않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해 그간 보유를 금지했던 공격용 무기 등을 보유하겠다고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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