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0일(현지시간) 장-클로드 융커 유럽국민당그룹(EPP) 대표후보의 차기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지명을 반대하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에게 "협박말라"며 경고장을 날렸다.
메르켈 총리는 9∼10일 스웨덴 총리 관저에서 캐머런 총리 외에 프레드릭 라인펠트 스웨덴 총리,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와 함께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입장을 밝혔다고 영국 인디펜던트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의 이번 발언은 융커 후보가 EU 집행위원장이 되면 영국이 EU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한 캐머런 총리의 언급에 대한 맞대응 차원으로 여겨진다.
앞서 독일 유력 주간지 슈피겔은 캐머런 총리가 최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메르켈 총리에게 영국의 EU 탈퇴 가능성을 경고하고, 탈퇴 여부를 결정할 국민투표 시기도 앞당길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고 보도했다.
캐머런 총리의 지명 반대 드라이브에 메르켈 총리는 이번에 그의 협박이 유럽 정신에 반하는 것이라고 일단 지적했다.
메르켈 총리는 "나는 융커 후보를 지지한다"며 "독일에서 지지 성명을 발표할 때 우리가 유럽 정신에 따라 행동하지 않으면 결코 합의에 도달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도 했다.
그는 또 "협박은 유럽 정신의 핵심적인 부분이 아니며 통상적으로 처리하는 방식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독일과 영국 정상의 이 같은 경고 교환은 앞으로 EU 내 세력 다툼을 둘러싼 두 국가의 태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유럽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EU의 중심국 역할을 맡아 긴축 기조를 이끈 독일의 EU 통합 강화 욕구와, 독일의 그런 입지를 흔들어 EU 내 지분 확장을 꾀하는 영국의 변화 욕망이 충돌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집행위원장 지명을 마무리하는 오는 26∼27일의 EU 정상회의 이전까지 내내 양국의 강(强) 대 강 대립이 지속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이와 관련해 메르켈이나 캐머런 모두 정면대결을 할 처지는 안 된다면서 독일이 영국을 우군으로 안아야 EU 내 세력을 더 키울 수 있고 캐머런 총리 역시 '유럽 내 새로운 영국'의 자리매김을 위해서는 메르켈 총리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요지의 분석 기사를 10일 다뤘다.
이에 따라 두 국가가 EU 정상회의 일정이 임박하기 이전, 강 대 강 대결 자세를 누그러뜨린 뒤 적절한 타협을 거쳐 지명 문제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예측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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