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동부그룹의 핵심 자구계획인 동부인천스틸(동부제철 인천공장)ㆍ동부발전당진 패키지 매각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인수 당사자인 포스코가 턱없이 낮은 금액을 제시하며 사실상 인수불가 방침으로 입장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이를 수용할지 다른 인수자를 찾을 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 상황. 국내에는 다른 인수 후보가 마땅치 않아 자칫 해외 매각까지 고려해야 할 판이다.
포스코 평가액 턱없이 낮아 재무구조 악화 등 영향 5000억대 책정 그쳐 사실상 인수 불가에 힘 실려
포스코는 왜?
포스코는 동부 패키지에 대한 평가액을 5,000억원대로 책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산은이 동부그룹 자산을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워 인수하려고 책정한 8,000억원보다도 3,000억원 가량 적은 금액이다. 특히 매각 당사자인 동부그룹이 당초 책정했던 금액(1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포스코는 3월 취임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재무구조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꼽을 만큼 사정이 썩 좋지 않다. 철강시황 둔화와 공급과잉에 따른 경쟁 심화로 나날이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실제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이 556억원에 그쳐 작년 동기 대비 81%나 감소했다. 최근엔 이런 이유로 20년 동안 유지해 온 ‘AAA’ 등급에서 미끄러지며 ‘AA+’로 강등(한국기업평가)되기까지 했다.
내부에서도 경쟁력 강화와 상관없는 동부 인천공장을 굳이 인수해야 하느냐는 회의론이 비등하다. 최근 포스코에너지가 동부발전당진과 사업구조가 비슷한 동양파워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도 동부 패키지 인수를 어렵게 하는 요인. 16일 동부 패키지 인수를 놓고 권오준 회장 주재로 열린 본부장 회의에서도 인수 불가 쪽 입장에 힘이 실린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 업체에 팔자니... 중국기업들이 적극적 기술 ㆍ국부유출 우려에 당국도 산은도 깊은 고민
산은 해외매각도 검토
만약 포스코가 인수를 포기한다면 사실상 국내에서는 동부 패키지를 인수할 기업이 없다. 포스코의 요구를 받아들이든지, 그렇지 않으면 해외로까지 인수 대상을 확대해야 할 처지다. 산업은행으로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바오산(寶山)철강, 사강(沙鋼)그룹 등 중국 기업들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국내 컬러강판 시장에서는 유니온스틸이 583만톤(2013년 생산능력 기준)으로 1위 업체이고, 동부제철 인천공장(432만톤)이 바짝 뒤를 쫓고 있는 상황. 이들 기업이 인수할 경우 단숨에 국내 철강업계의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에 인수제안을 하기 전부터 5, 6개 중국 및 대만 업체에서 동부 측에 매각입찰에 참여할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그 중 바오산철강의 경우 국내에 강판 가공센터를 설립하는 등 국내 철강시장 진출에 매우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수현 금감원장이 지난달 개별 매각으로 최고 인수금액을 받으려고 했던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과 회동까지 하며 포스코의 패키지 인수를 동부 측에 설득할 정도로 금융당국은 기술 및 국부유출을 매우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부 구조조정 차질 동부 하이텍ㆍ동부메탈도 국내 기업들은 관심 밖 "내년 최악 상황 올 수도"
동부그룹 진짜 위기 찾아오나
재계 서열 15위인 동부그룹은 현재 인천공장 패키지 매각 외에도 구조조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2조7,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에서 인천공장 외 가장 덩치가 큰 동부하이텍은 4월 산은이 투자안내서(IM)를 발송하며 인수후보를 찾고 있지만 SK LG 등 국내 대기업들의 관심 밖이라 업계에서는 제대로 된 가격을 받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동부메탈 역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매각이 중단된 상태다.
동부그룹은 연내 갚아야 할 부채만 2조7,000억원에 달하는 상황. 지난해 11월 자구계획을 내놓은 데 이어 4월 산은으로부터 1,26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매각 방식을 산은에게 전적으로 위임하겠다는 확인서까지 냈고, 김 회장은 추가 담보로 시가 30억원대의 서울 한남동 자택과 동부화재 지분(6.93%), 계열사 일부 주식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김상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올해까지는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하는 기업에 차환발행을 지원하는 신속인수제가 시행되기 때문에 당장 유동성 위기에 빠지지는 않겠지만 내년부터는 자구계획 이행이 가시화되지 않으면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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