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교육부 결정 앞두고
당선인들 적극 저지 나서
"안 되면 대안 교과서 발행"
다음달 결정될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 여부를 놓고, 이를 추진하려는 정부와 이에 반대해 대안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진보교육감 간의 갈등이 심화될 전망이다. 현재로선 양측의 입장 차이가 커 역사 교과서 논란은 지난해 교학사 교과서 사태에 이어 2라운드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는 문ㆍ이과 교과과정 개편방침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여부를 7월까지 결정할 계획이다.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발행이 확정될 경우, 정부 주도로 편찬한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획일적인 시각을 주입한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2002년 도입된 검인정제는 10여년만에 재전환된다. 정부는 역사 교육의 내용에 국가적 통일성이 필요하다는 취지이지만 지난해 친일ㆍ독재 미화 논란에 휩싸인 교학사 교과서의 일선 학교 채택률이 매우 저조하자 꺼내든 것이 국정화여서 그 배경에 의심의 눈초리가 쏠린다.
교육부 장관으로 내정된 김명수 후보자도 평소 “국사편찬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좌파에 끌려 다녔다. 국정 체제로 가거나 정부가 교과서 집필과 관련한 세부 지침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국정 전환 추진에 힘이 쏠리고 있다. 진보 교육감 당선인들은 “정부가 국정화를 추진하면 자체적으로 한국사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국정 교과서와 진보 교육감이 만든 대안 교과서가 동시에 발간될 경우 학교 현장에서는 일대 혼란이 불가피하다. 한국사는 현재 고1 학생들이 치르는 2017년도 대입부터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됐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수능 한국사 문항은 국정 교과서에서 출제될 것으로 보여, 주당 2시간인 정규 수업시간에는 국정 교과서로 공부하고, 자투리 시간에 내신을 위해 대안 교과서를 공부하는 등 학생들이 이중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고교 교사도 “근현대사 등 같은 주제를 두고 두 교과서 간의 서술이 상반될 수 있어 학생들이 역사관에 혼란을 겪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학생인권조례 무력화에 나섰던 전례가 있어 교육감들이 독자적으로 만든 교과서의 보급을 용인할 지도 미지수다. 서울 구로구의 한 고교 교사는 “대안 교과서 활용을 두고 교장 등 관리자와 교사들간의 의견이 엇갈려 학교 안에서의 갈등도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평행선을 긋고 있는 정부와 진보 교육감 당선인 간의 시각 차를 우려하면서도 국정 교과서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반대 의견을 표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육학과 교수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정부의 의도에 역사교육이 좌지우지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정화를 강행하기 보다는 중립적인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구에서 역사학계가 인정한 사실을 중심으로 가르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우 대표도 “국정 교과서에 찬성하는 역사학자와 교사는 거의 없다”며 “역사교육은 정치적인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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