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충돌ㆍ보행자ㆍ제동 안정성 등 총9개 항목으로 안전도 평가
작년 트랙스 93.5점으로 1위
티구안은 국내선 3등급 '박한 평가' 유럽선 최고 등급인 별5개 바아
차업계, 안전성 점수 높이려 새로운 사양 추가하며 경쟁
공무원 김모(40)씨는 새 승용차를 구입하기 위해 요즘 유명 자동차 블로그를 꼼꼼히 살피고 있다. 이상은 수입차이나 주머니 사정이란 현실 탓에 국산차로 눈길을 돌린 김씨가 가장 눈 여겨 보는 대목은 단연 안전성. 네 살 밖에 안 된 딸을 태워야 하는 데다 최근 잇단 대형 사고로 안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부쩍 높아진 영향이 크다. 김씨는 “같은 배기량이라면 디자인이나 성능보다 사고가 나도 안전한 차를 원해 안전도평가에서 별을 많이 받았다는 광고에 유독 눈이 간다”고 말했다.
●주목 받는 자동차 안전도평가
우리나라는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교통안전공단이 매년 신차들의 안전도평가(New Car Assessment Program:NCAP)를 하고 있다. 1999년 시작했으니 올해가 16번째다. 올해도 연말 발표 목표로 신차들에 대한 평가가 진행 중이다. 우리의 경우 자동차 선진국들보다야 안전도평가 역사가 길지 않지만 평가 항목은 뒤쳐지지 않는다.
1999년부터 2012년까지 국내에서 안전도평가를 받은 국산차량은 승용차 101개, 승합차 4개, 소형화물차 2개 모델로 모두 107종이나 된다. 사실상 국내에서 출시되는 모든 차량들은 다른 차들과 같은 링에서 정면대결을 해야 하는 안전도평가를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다.
2012년까지 안전도평가에서는 정면충돌ㆍ부분정면충돌ㆍ측면충돌ㆍ기둥측면충돌ㆍ좌석ㆍ보행자ㆍ주행전복 안전성에 제동안정성까지 8개 항목이 평가를 받았지만 지난해에는 여기에 사고예방안전성이 추가돼 총 항목이 9개가 됐다.
지난해 시험대에 오른 차량은 수입차 4종(닛산 큐브, 토요타 프리우스, BMW 520d, 폭스바겐 티구안)과 국산차 7종. 이 가운데 영광의 1위는 종합점수 93.5점을 받은 한국지엠의 소형 SUV 트랙스가 차지했다.
아직도 오너 드라이버들에게 한 수 위로 평가 받는 외제차들은 의외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프리우스와 BMW 520d는 그나마 1등급에 오르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큐브와 티구안은 각각 2등급과 3등급이란 부끄러운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나라마다 평가 기준과 범위 각각
그렇다고 티구안을 운전자 안전성이 형편없는 차량이라고 낙인 찍을 수는 없다. 티구안은 유럽에서 수년간 베스트셀러 모델로 군림했고, 유럽의 안전도평가(EURO NCAP)에서는 당당히 가장 우수한 등급인 별 다섯 개를 받았다. 북미 안전도평가 (US NCAP)에서도 별 네 개를 획득했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박한 평가를 받은 셈이다. 이유는 보행자 안전성 과락(科落)이다. 평가 대상 차량 중 티구안은 보행자 안전성이 별 2개(38%)로 가장 낮아 종합순위에도 뒤로 쭉 밀렸다.
같은 차량이라도 나라별로 안전도평가 결과가 상이한 것은 각국이 들이대는 잣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통일된 기준이 없어 국가별로 자국 사정에 맞는 평가항목과 평가범위를 만들어 안전도평가를 한다.
측면출동 안전성의 경우 우리는 시속 55㎞로 충돌시험을 하지만 미국은 시속 62㎞로 충돌한다. 우리와 미국은 정면출동 안전성을 평가하고 있어도 유럽은 그간 운전석 쪽만 정면에서 충돌하는 부분정면충돌을 다뤘고 완전한 정면충돌은 내년부터 평가 항목에 추가할 예정이다. 대신 유럽은 안전도평가 시 어린이보호항목이 포함되지만 미국에는 이 항목이 없다. 여기에 충돌로 인한 상해가능성도 국가별로 계량화하는 상해 부위와 가중치가 조금씩 다르고, 자동차정책 방향에도 차이가 있어 안전도 평가 결과가 서로 다르게 나오게 된다.
● 안전에 대한 선택은 소비자 몫
차이를 감안해도 국가별 평가 결과를 보면 우리와 유럽의 안전도평가 결과가 거의 비슷한 궤적을 그리는 반면 미국은 조금 더 까다로운 것으로 나타난다. 현대자동차 투싼은 우리나라에서 1등급과 유럽에서 별 5개를 받았어도 미국에서는 별 4개에 머물렀다. 기아자동차의 프라이드도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미국, 유럽에서 동시에 1등급을 획득한 차라면 안전성 검증이 어느 정도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자동차 벨로스터와 산타페, 기아자동차 K5와 스포티지, 토요타 프리우스 등이 이런 차들이다.
갈수록 안전도평가가 선택을 받는데 중요한 요소인 만큼 자동차회사들은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리는 조수석 에어백이 의무사항이 아니지만 최근 신차들이 조수석까지 에어백을 달고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높은 안전성은 곧 높은 상품성으로 인식되는 게 자동차 업계의 현 주소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면 법으로 정하지 않은 부분이라도 안전성 향상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안전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 한 회사가 신차에 새로운 안전사양을 추가하면 곧 상향평준화가 이뤄져 최근에는 대부분 안전도평가 1등급을 받는다. 이에 평가기관은 변별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안전도평가를 개선할 계획이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1등급이 너무 많아지는 것도 문제라 수년 전부터 평가방법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평가 결과를 보다 이해하기 쉽게 단순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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