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제시문 (가)~(라)를 비슷한 주장을 담은 내용끼리 분류하여 비교 요약하시오.(401자 이상~500자 이하ㆍ30점)
[제시문 가]
개인들의 상호작용이 있는 곳에는 어디에서나 넓은 의미에서의 사회가 있다. 천지만물이 어떠한 형태라도 가지기 위해서는 사랑과 미움, 즉 당기고 밀치는 힘이 있어야 하듯이, 사회 역시 특정한 형태를 이루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조화와 불일치, 제휴와 경쟁, 바람직한 경향과 달갑지 못한 경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불일치가 결코 사회적 부담이나 부정적인 사실인 것만은 아니다. 현실의 사회는 긍정적인 힘에서만 그리고 오직 부정적인 힘이 긍정적인 힘을 방해하지 않는 한에서만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사회는 두 가지 범주의 이들 상호작용 모두의 결과이다. 얼마간의 알력, 내적 차이와 외적 다툼은 집단을 결속시키는 요소들과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이러한 역할은 사회분화와 계층이 명확하고, 그 순도가 면밀하게 유지되어 온 사회구조 속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제시문 나]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서
담장을 보았다
집 안과 밖의 경계인 담장에
화분이 있고
꽃의 전생과 내생 사이에 국화가 피었다
저 꽃은 왜 흙의 공중섬에 피어 있을까
해안가 철책에 초병의 귀로 매달린 돌처럼
도둑의 침입을 경보하기 위한 장치인가
내 것과 내 것 아님의 경계를 나눈 자가
행인들에게 시위하는 완곡한 깃발인가
집의 안과 밖이 꽃의 향기를 흠향하려
건배하는 순간인가
[제시문 다]
국책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든, 세대 간 갈등이든 혹은 계층ㆍ이념ㆍ노사 간 갈등이든 모든 사회적 갈등은 곧 경제적 손실로 나타나게 된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최대 246조원이나 된다는 분석도 있다. 한 민간경제연구소는 “사회갈등지수가 지금보다 10%만 낮아지더라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8~5.4% 높아지고 OECD 평균수준으로만 개선되더라도 GDP가 7~21% 증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갈등을 얼마나 해소하고 관리하느냐가 선진국 진입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연구소의 어떤 수석연구원은 “국책 사업으로 인한 갈등은 일단 벌어지면 사후적 수습이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국가가 사전에 갈등을 예방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시문 라]
When class distinctions have disappeared and all production has been concentrated in the hands of a vast association of the whole nation, the public power will lose its political character. Political power, properly so called, is merely the organized power of one class for oppressing another. If the proletariat during its contest with the bourgeoisie is compelled, by the force of circumstances, to organize itself as a class, if, by means of a revolution, it makes itself the ruling class and thereby sweeps away by force the old conditions of production, it will have swept away the conditions for the existence of class antagonisms and of classes generally, and will thereby have abolished its own supremacy as a class. In place of the bourgeois society, with its classes and class antagonisms, we shall have an association, in which the free development of each is the condition for the free development of all.
(해석)
계급 구분이 사라지고 모든 생산이 전 국가의 광대한 집단의 관리 하에 놓인다면 공권력이 정치적인 성격을 잃게 될 것이다. 소위 정치적 권력이란 단순히 한 계층이 다른 계층을 억압하기 위하여 조직된 힘에 불과하다. 만약 부르주아 계급과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경쟁하는 동안 환경의 힘에 의해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한 계급으로 구성되고 혁명의 수단에 의해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지배 계급이 된다면 계급간 그리고 계급들간의 적대관계가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을 쓸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난 후 프롤레타리아 계급은 계급의 최고 권력을 스스로 폐지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계급들의 적대 관계가 존재하는 부르주아 사회 대신에 우리는 각자 개인의 자유로운 발전이 모두의 자유로운 발전의 조건이 되는 공동체를 가지게 될 것이다.
[예시답안] (가)·(라)는 긍정적으로, (나)·(다)는 부정적으로 보는 관점
제시문들은 ‘갈등’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를 기준으로 두 주장으로 나뉜다. (가)와 (라)는 갈등을 긍정적으로 보고, (나)와 (다)는 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가)는 적대적 상호작용인 갈등은 우호적 상호작용과 더불어 사회의 구성과 유지, 결속의 역할을 해준다고 말한다. 이러한 기능은 특히 계급ㆍ계층의 구별이 명확한 사회에서 잘 작동하는데, 그 예시로 보이는 것이 (라)에 등장하는 계급구별이 뚜렷한 부르주아 사회이다. (라)는 프롤레타리아가 부르주아와의 갈등을 종식시키고, 계급을 없애버리면 오히려 그 계급이 갖던 결속력과 주권이 소멸된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갈등의 존재가 권리 보전과 사회적 결속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나)는 담장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갈등이 ‘꽃’을 통해서 화합의 상황으로 승화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갈등보다 조화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이어서 (다)는 갈등을 사회 유지와 결속의 역할이라기보다, 경제적 손실을 낳는 부정적 상황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들에게 갈등은 유지되기보다 예방하고 해소되어야 할 상황이다. 최석환ㆍ분당 서현고 3학년
[문제분석과 답안 총평](가)(나)(다)(라)를 두 입장으로 분류 차이점을 정확히 제시했는가가 중요
2014학년도 경희대 사회계열 오후 논술고사도 오전과 마찬가지로 3문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어 제시문이 출제되고 수리 문항이 출제된다. 글쓰기 2문항과 수리 논술 1문항이다. 여기에서는 글쓰기 문항들인 1번과 2번 문항만 다루기로 하겠다.
먼저 1번 문항은 오전 논술고사의 1번 문항과 다르지 않다. 4개의 제시문 중 비교 기준을 찾아서 2개 제시문씩 짝지어 두 입장으로 나누어 비교하고 그 다음에는 각 입장을 이루는 각 제시문의 논지를 정리하면 되는 문항이다. 특징을 간단하게 다시 말하면 비교하기와 논지쓰기의 결합이라는 점이다. 작성해야 하는 답안의 글자수는 401~500자이다. 4개의 제시문을 활용해야 하므로 오히려 글자수를 답안에 맞춰 짧게 쓰는 것이 오히려 부담될 수 있는 문항이다. 일단 제시문들을 비교할 수 있는 비교 기준 1개를 찾는 것이 관건이라 할 수 있다. 그 다음엔 각 제시문들의 논지를 정확하게 찾아 정리해 작성하는 것이 고득점 답안을 작성하는 요소라 할 수 있다.
문제의 요구사항에 따라 반드시 찾아서 작성해야 할 것을 정리해 보자. 먼저 제시문들의 핵심 내용인 논지를 알아 보자. 제시문 (가)는 갈등이 사회적 상호작용의 한 형식으로 사회를 구성하는 원리이며, 사회체계 내에서 집단의식을 강화하고 사회체계를 유지하는 데 기능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그 다음 제시문 (나)는 경계의 이쪽과 저쪽 혹은 안과 밖은 적대적이거나 배타적인 두 세력이 아니라 상호의존성을 지니고 협업을 통해 새로운 것(꽃)을 창출할 수 있는 관계라는 것으로 말한다. 또한 제시문 (다)는 모든 사회갈등이 경제적 손실임으로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제시문 (라)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급과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계급간 적대관계가 혁명을 통해 사라지게 되면, 사회 갈등이 소멸될 것으로 본다.
이제는 비교 기준을 찾아서 비슷한 주장을 담은 내용끼리 분류해야 한다. 간단히 말해 제시문들을 두 입장으로 나누어서 정리해야 한다. 글자수가 적기 때문에 사실상 두 입장으로 나누는 비교 기준을 1개만 찾아야 한다. 대신 그 비교 기준은 정확해야 한다. 논술 출제의도에 맞춘 비교 기준을 정확하게 찾기 위해서는 ‘공통된 핵심어’를 찾아야 한다. 흔히 공통의 핵심어를 찾는 방법은 제시문들에서 반복되는 공통된 단어를 찾으면 된다. 그렇지만 이 문항이 까다로운 점은 반복되는 단어를 찾을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제시문 (다)의 논지에서 사회 갈등 해소가 중요하다는 점에 착안, 사회 갈등이라는 핵심어를 찾아 다른 제시문의 논지를 찾는 과정에서 공통된 핵심어가 될 수 있음을 유추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렇게 하면 사회 갈등에 대해서 긍정적 입장을 보이는 (가), (나)와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다), (라)로 묶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 하면 논제의 요구사항에 맞는 답안 작성의 요건은 다 갖추게 된다. 정리하면 분류를 정확히 하고 나서 분류의 이유를 각 제시문의 논지를 사용해서 적절하게 제시해야 하는 요구사항을 지켜야 한다. 이때 분류가 정확하지 않거나, 또는 분류는 제대로 했는데 분류의 이유를 적절히 제시하지 않으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논지의 분류에 따라 그 차이점을 정확히 제시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본 문제의 의도이다.
수험생의 답안을 살펴 보자. 주어진 답안은 정확하게 분류를 하지 못했다. 사회 갈등에 대해서 긍정적인 (가), (나)와 사회 갈등에 대해서 부정적인 (다), (라)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답안에서는 (가)와 (라)가 갈등을 긍정적으로 보고 (나)와 (다)에서 갈등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분류하고 있다. 더불어 제시문의 핵심 내용도 잘못 파악하고 있다. (라)의 핵심 내용도 잘못 파악하고 있다. (다)에서 갈등의 존재가 권리 보전과 사회적 결속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어 제시문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나)의 내용도 잘못 찾고 있다. (나)는 담장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갈등이 ‘꽃’을 통해서 화합의 상황으로 승화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갈등보다 조화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담장을 경계로 나눠지는 양쪽에 대해 서로 적대적이거나 배타적인 두 세력이 아니라 상호 의존성을 지니고 협업을 통해 새로운 꽃을 창출할 수 있는 관계라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갈등이 그렇게 부정적인 면모만 지니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을 찾아야 한다. 학생들에겐 (나)의 내용을 찾는 것이 꽤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나)의 내용이 까다롭다면 부정적인 면모를 지니는 (다), (라)를 먼저 분류한 후 나중에 (가)와 (나)를 다시 분류하여 (나)를 갈등에 대해서 부정적인 것으로 파악하는 내용으로 정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경희대학교 사회계열 오후 논술고사 1번 문항에서는 논지쓰기와 비교하기 유형의 문제가 출제되고 있다. 그런데 수험생의 답안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수험생들에게는 영어 제시문의 해석과 시 문학의 논지 파악이 까다로울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이에 대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영어 제시문과 시 문학을 해석하는 것을 통해 핵심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위해 평소 영어 제시문의 해석과 시 문학의 해석을 많이 해 볼 것을 권유한다.
박근형ㆍ종로학원 논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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