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수 등 학자들의 정부 요직 진출이 늘면서 논문 표절 등 연구윤리 문제가 인사검증의 핵심 대상이 된지 오래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시절 김병준 교육부총리 후보자는 표절 논란만으로 낙마했고,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엔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이 논문 표절에 투기 의혹까지 더해져 스스로 물러났다. 그런데도 고위 공직자 인선 때마다 각종 연구윤리 위반 사례가 약방에 감초처럼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송광용 신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 제자의 연구 성과를 담은 논문을 자신을 ‘제1저자’로 해 발표한 사실이 드러났다. 송 수석이 2004년 12월 교육행정학연구에 발표한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도입과정에서 교육부와 전교조의 갈등 상황 분석’은 같은 해 8월 서울교대에서 송 수석의 지도로 석사학위를 받은 김모씨의 논문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김씨는 문제의 논문에 제2저자로 등재됐다. “사실상 지도교수라는 지위를 이용해 논문을 가로챈 행위”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더 황당한 것은 송 수석의 해명이다. 그는 두 논문의 유사성을 인정하면서도 “10년 전엔 제1, 2저자를 지금처럼 엄격하게 따지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논문을 저명 학술지에 게재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교수님 이름으로 발표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요청했다”고 책임을 떠넘기기도 했다. 저자 자격이 없거나 부족한 기관장, 은사 등 윗사람을 논문에 올려주는 이른바 ‘선물저자’(gift author)는 명백한 연구윤리 위반 행위다. 이를 두고 누가 먼저 요청했느냐를 따지는 것은 낯뜨거운 일이다. 40년 가까이 교육과 연구에 종사하며 국립대 총장까지 지낸 이가 변명이라고 할 소리는 더더욱 아니다.
청와대의 대응도 한심하다. 인사검증 시스템에 심각한 결함이 드러났는데도, 민경욱 대변인은 “기사에 본인 해명이 좀 나왔던데… 알아보겠다”고만 말했다고 한다. 국무위원과 달리 청와대 수석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는다는 점을 방패막이 삼으려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논란이 더 번지기 전에 송 수석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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