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ㆍDTI 규제 완화"
최경환 후보자 세몰이에
기존 입장 접어야 할 판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경제팀 사령탑을 맡게 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방침을 시사하고 당정과 업계가 여기에 적극 동조하면서 규제 주무부처인 금융위를 포위한 모양새다. 가계부채 연착륙을 금융위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핵심 정책수단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옹호해온 신 위원장으로선 난감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신 위원장은 LTVㆍDTI를 “겨울에 입은 여름옷”으로 평가절하한 최 후보자의 13일 발언에 공식적 반응을 삼가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행여 새 경제팀 내부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비칠까 우려하는 것 같다”며 침묵의 의미를 해석했다. 그 동안 신 위원장의 규제 유지 입장은 확고했다. 지난 2월 발표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가 포함돼야 한다는 기획재정부의 주장에 “LTVㆍDTI는 경기대책이라기보단 금융소비자 보호 및 가계부채 해소라는 큰 틀에서 유지돼야 한다”고 맞섰고 4월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 지난 9일 기자간담회 등에서도 같은 입장을 재확인해왔다. 최 후보자가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이던 지난 4월 국회 연설에서 ‘주택 실수요자 부담 완화’를 내세워 당의 LTV·DTI 규제 조정 방침을 밝혔을 때도 꿈쩍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신 위원장이 수세에 몰린 형국이다. 하반기 국회 정무위원장을 맡은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나도록 LTV·DTI 완화를 포함한 정책 패키지가 필요하다”고 최 후보자에 동조했고, 이번 개각에서 유임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도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공언하고 있다.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등 업계 이익단체들이 앞다퉈 최 후보자를 지지하는 것은 물론이다.
신 위원장의 침묵 속에 금융위 내부에선 체념 분위기가 감지된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새로 입각하는 경제부총리가 경제정책 전반을 두루 점검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라며 “다만 LTVㆍDTI 규제가 거시경제 안정, 금융 및 부동산시장 안정, 소비자 보호 등 여러 목적과 연계된 정책인 만큼 (최 후보자 측에) 우리 입장을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가 결정될 경우 보금자리론 확대,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 발행 등 주택담보대출 구조 개선을 통한 가계부채 해소를 꾀하던 금융위의 정책 기조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 기댈 곳은 LTV, DTI 완화가 가계부채라는 암 덩어리를 키우는 것이라는 성난 여론 외에 없어 보인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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