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과 평화협상 주도적 추진
15일 치러진 남미 콜롬비아 대선 결선투표에서 후안 마누엘 산토스(62) 현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선거 당국의 잠정 집계를 인용해 보도했다.
재선에 도전한 산토스는 개표가 99.5% 이상 진행된 가운데 50.91%를 득표해 45.04%를 얻은 오스카르 이반 술루아가(55) 전 재무장관을 누르고 당선됐다. 중도우파인 국가연합사회당 중심의 여당연합을 대표한 산토스는 지난 5월 치러진 1차 투표에서 25.7%를 득표, 29.3%를 얻은 우파 민주중도당의 술루아가에 뒤졌지만 결선에서 이를 뒤집었다.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 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산토스는 2010년 대통령에 당선돼 집권 중반 최대 반군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 평화협상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이에 따라 50여년에 걸쳐 중남미 최장의 내전을 종식도 탄력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토스는 선거 기간 FARC와 평화협상 성과를 바탕으로 자신이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내세웠다. 2012년 11월부터 쿠바 아바나에서 FARC와 평화협상을 벌이는 산토스 정부는 토지 개혁, FARC의 정치 참여, 마약 밀매 퇴치 등에 합의하고 희생자 보상, 무장 해제 등의 협상을 남겨두고 있다. 결선을 앞두고는 그 동안 평화협상에 참가하지 않았던 제2의 반군 민족해방군(ELN)의 참여도 끌어냈다.
그러나 한편으로 반군과 평화협정은 산토스 2기 정부의 숙제이기도 하다. 역전패 당한 술루아가 후보는 산토스 정부가 반군에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고 비난하며 반군들의 완전한 무장해제와 책임자 처벌 등의 조건을 앞세웠다. 투표자의 거의 절반은 술루아가에 표를 던졌기 때문에 이들의 민심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빈민을 위하고 남미에서 미국의 간섭에 대항하겠다며 출발한 FARC가 마약을 거래하며 생기는 막대한 이권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총을 쉽게 내려놓지도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 8,0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FARC가 정부와 평화협상을 통해 정치 참여를 포함한 이권을 챙기고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콜롬비아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1960년대부터 정부 치안군 및 우익 민병대와 좌익 반군 사이에 벌어진 내전으로 22만명이 희생되고 50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한편 콜롬비아 경제는 산토스 집권 기간 중남미에서 선전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4.3%로 브라질, 멕시코, 칠레를 앞질렀고 물가상승률은 2.9%로 중남미 주요 국가들보다 낮았다. 산토스가 집권한 2010년 4월의 실업률은 12.2%였으나 지속적으로 떨어져 지난 4월에는 9%를 기록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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