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27ㆍ바르셀로나)가 설렁설렁 걸어 다니자 아르헨티나 팬들은 야유를 보냈다. 예상과 달리 경기 분위기를 주도한 건 열심히 뛰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메시는 메시였다. ‘축구 천재’ 메시가 환상적인 드리블과 골로 관중의 야유를 환호로 바꿔 놓았다.
메시는 16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이네루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후반 20분 결승골을 넣었다. 곤살로 이과인과 패스를 주고 받은 그는 현란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수를 제쳤고, 이내 왼발로 골대 왼편을 공략해 월드컵 통산 두 번째 골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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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는 그 동안 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고개를 숙였다.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 10시즌 동안 무려 243골(276경기)을 넣었지만 2006 독일 월드컵,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고작 1골을 넣는 데 그쳤다. 특히 남아공 대회 때는 캡틴 완장을 차고도 무득점 굴욕을 맛봤다.
이날도 경기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르헨티나는 모든 공격 전술을 메시에 맞췄지만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선수들은 순식간에 2~3명이 압박 수비를 가하며 돌파를 허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메시가 무리하게 드리블 하다 공을 뺏기면서 상대가 역습을 펼치는 아찔한 상황이 잇따라 연출됐다.
메시는 위력적이지 못했다. 메시가 막히자 다른 선수들도 덩달아 정체된 플레이만 반복했다. 이처럼 아르헨티나 공격이 어이없이 끊기길 수 차례.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은 후반 18분 메시의 프리킥이 골문을 크게 벗어나자 야유까지 보냈다.
그러나 메시는 메시였다. 단 한 번의 찬스를 살리며 기어코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후 메시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지기 시작했고 전반 내내 메시를 봉쇄했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수비진은 손까지 쓰며 ‘축구 천재’의 돌파를 저지하기 바빴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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