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간에 고노 담화를 둘러싼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일본이 “한일 당국이 고노 담화 일부 표현을 사전조율했다”는 내용의 검증 결과를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 정부가 강력 대응방침을 밝히는 등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15일 “일본 정부가 고노 담화를 훼손하는 검증 결과를 발표할 경우 우리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역사적 진실과 책임에 관한 국내외의 권위 있는 입장과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고노 담화는 1993년 8월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으로, 내년 수교 50년을 맞는 한일관계의 근간이 돼 왔다. 하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고노 담화의 객관성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로 검증을 지시하면서 한일 관계의 또 다른 악재로 떠올랐다.
정부는 일본이 아직 검증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상황을 감안해 최대한 수위를 낮춘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일본측 발표 수위에 따라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하고, 정부 차원의 항의성명을 내는 방안도 외교부 차원에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지난 3월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고노 담화 계승입장을 밝혔고, 4월부터 매달 한일 국장급 회의를 통해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상황에서 고노 담화 검증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일본 교도통신은 고노 담화 검증 결과, 93년 당시 일본 정부 관계자가 한국 정부 당국자와 물밑 협의를 통해 담화의 문안을 일부 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14일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검증 결과는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을 토대로 초안을 작성해 한국에 보여 준 뒤 한국 측 수정 요구를 반영했다’는 게 골자로 고노 담화를 외교적 흥정의 산물로 매도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18일쯤 이 같은 검증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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