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껍질 벗기다가 아이디어 얻어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오렌지 껍질 벗기다가 아이디어 얻어

입력
2014.06.16 03:00
0 0

[수학으로 보는 세상]

하나의 구면에서 잘라낸 삼각형들로 설계

여행을 다니면 그 곳의 날씨, 음식, 사람과 더불어 풍경과 건축물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각 나라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 속에 세워진 아름다운 건물들에는 수학의 아름다움도 함께 배어 있다.

우리나라 전통 기와지붕에서 보이는 부드러우면서도 시원한 곡선은 현수선의 일부이고, 불국사의 청운교와 백운교의 기울기는 30도인데, 높이와 크기를 고려하면 3:4:5로 피타고라스 정리(3의 제곱+4의 제곱=5의 제곱)를 따른다. 또 불국사의 대웅전 앞 마당에 있는 다보탑과 석가탑은 대웅전과 함께 정삼각형을 이루고, 삼각형의 무게중심에 석등이 놓여있다. 건물의 아름다움과 안정감을 주기 위해 수학이 정확하게 이용되었다. 최근에 완공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는 직선이 하나도 없이 곡선의 미를 자랑하는 것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끈다.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바빌론의 사원들을 만든 건축가들은 모두 수학을 잘했다고 여겨진다. 고대 유물 곳곳에서 숫자와 기호와 도형들의 흔적이 발견되는 것을 보면, 거꾸로 수학을 잘했기에 지금 우리가 보기에도 놀라운 건축물들이 그 시대에 가능했다고 생각된다. 중세에는 궁전과 사원들을 짓기 위해 수학 중 특히 기하학을 많이 공부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노트에서 수학을 발견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현재에도 혁신적 디자인을 현실로 만드는데 필요한 대담한 계산들에 모두 수학이 필요하다.

호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한국일보 자료사진

호주를 대표하는 건축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새하얀 돛대를 달고 있는 범선들이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이는 아름다운 지붕으로 유명하다. 이 지붕은 덴마크의 건축가 이외른 우촌이 설계했다. 지붕들은 대단히 독특한 곡면으로 돼 있는데, 사실은 하나의 구면에서 잘라낸 구면 삼각형들로 설계된 것이다.

부드럽게 휘어진 조각의 모양들을 쉽게 모두 동일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구면의 기하학적 특성이다. 이를 이용하면 복잡한 디자인을 구현하는 계산들이 실현 가능할 만큼 충분히 단순해진다. 우촌은 오렌지 껍질을 벗기다가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그 전까지 수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도면으로만 존재하는 이 혁신적 디자인을 구현하지 못해서 좌절했다고 알려져 있다. 한편 우촌의 디자인은 또 다른 건물에 영감을 주었는데, 바로 뉴욕 JFK 공항의 터미널이다. 이 건물은 구면 기하학과 또 다른 포물면의 기하학을 통해 구현되었다.

수학은 설계자가 원하는 자유로운 모양이 얼마나 타당한지 시공 전에 어느 정도 평가할 수 있게 한다. 이를테면 컴퓨터를 이용해 건물을 실제로 만든 것처럼 설계(CAD)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평면의 다각형뿐 아니라 곡면으로 이루어진 다각형들의 성질을 이해해야 하고, 많은 변수를 갖는 함수들을 통합하는 수학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 시공을 위해서 제작이 가능한 부분들로 나누고, 설계에 근접하도록 전체로 맞추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고차원의 방정식을 푸는 일이어서 비용도 많이 든다. 계획을 잘못 세우면 엄청난 대가를 치르는 시행착오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대단히 정교한 계산이 필요하다. 수학이 발전할수록 이러한 과정들이 쉽고 빠르고 비용이 적게 들도록 개선할 수 있다. 무엇보다 수학은 우리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신선한 디자인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자유를 설계자에게 더해준다.

김영주 고등과학원 수학부 연구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라이브 이슈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