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길환영 사장 파문으로
김남일ㆍ이영표 짝꿍 홍보 미흡
안정환 '코볼 슛' '땡큐 슛'
차두리 '수비수 매미론'
톡톡 튀는 어록도 깨알 재미
2014 브라질 월드컵의 마이크 전쟁이 뜨겁다. 지상파 3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주역들을 해설위원으로 앉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KBS는 이영표와 김남일, MBC는 안정환과 송종국, SBS는 차범근-차두리 부자에게 각각 마이크를 맡겼다. 월드컵 개막 후 뚜껑을 열어보니 MBC와 SBS의 2파전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두 방송사는 개막 전부터 자사가 월드컵을 어떻게 중계할지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개막 이후 시청률에서도 KBS를 앞서고 있다. 반면 KBS는 길환영 사장 파문으로 어수선했고 홍보도 미흡했다. 그 때문인지 시청률이 타사에 비해 뒤져 있다.
미묘한 시청률 신경전
13일 월드컵 개막전인 브라질과 크로아티아 경기의 시청률은 조사 회사에 따라 차이가 났다. 닐슨코리아 조사에서는 SBS가 3.4%(이하 전국기준)로, 3.1%를 기록한 MBC를 따돌리고 지상파 3사 중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TNmS 조사에서는 MBC가 2.9%로 2.1%의 SBS를 앞섰다.
MBC는 TNmS의 시청률, 그것도 전국 시청률이 아니라 수도권 시청률(3.8%)을 공개하며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월드컵 경기를 중계한) 김성주, 안정환, 송종국 등 세 사람의 호흡이 마치 예능축구를 하듯 빛을 발했다”고 해석했다. SBS는 닐슨코리아의 수치를 인용해 “수도권 기준 시청률이 2.7%로, 두 방송사(MBC, KBS)를 가볍게 눌렀다”며 “차범근의 명불허전 해설과 차두리의 젊은 입담이 압도적인 경쟁력을 입증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14일 멕시코와 카메룬 경기는 닐슨코리아와 TNmS 모두 MBC의 시청률이 높았다. MBC의 시청률은 닐슨과 TNmS 조사에서 각각 2.7%, 2.9%로 나왔고 SBS는 각각 1.8%로 나타났다. 두 방송사의 중계 대결은 경기가 거듭될수록 더 팽팽해질 전망이다.
눈에 띄는 ‘어록’대전
MBC와 SBS의 월드컵 중계에서는 안정환과 차두리가 단연 돋보였다. 두 사람은 센스 있는 단어와 문장을 적절한 타이밍에 구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선수 시절 신비주의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지 않았던 안정환은 개막전인 브라질과 크로아티아 경기를 중계할 때 브라질 네이마르 선수의 동점골에 대해 “가랑이 슛 대단합니다”라고 했다. 이에 김성주가 “가랑이 슛이 전문용어 입니까”라고 묻자 안정환은 “전문용어는 아니지만 수비수 가랑이 사이로 띄우는 슛”이라며 재치 있게 답했다. 안정환은 또 오스카가 브라질의 세 번째 골을 넣자 “발 끝으로 차는 반 박자 빠른 슛을 코볼 슛이라고 한다”고 했다. 멕시코와 카메룬 전에서는 멕시코의 페랄타가 골키퍼가 쳐낸 공을 골로 연결시키자 “완전 주워 먹었죠, 땡큐골”이라며 축구 선수들 사이에서 쓰는 언어를 소개했다.
차두리는 15일 코트디부아르와 일본 경기에서 코트디부아르의 축구스타 드로그바에 대해 “일본 수비수들에게는 악마가 기다리고 있는 느낌일 것”이라며 “드로그바가 수비수를 등지면 상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수비수는 고목나무에 붙은 매미의 기분일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의 해설은 ‘안정환 어록’ ‘차두리 어록’이라는 이름으로 확산돼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장식하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방송사의 월드컵 중계는 광고 수익과 직결되므로 치열할 수밖에 없다”며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붙는 광고는 기존 광고보다 3, 4배 정도 단가가 높은데 이때 시청률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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