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전사고 한쪽 팔ㆍ다리 잃고
민간요법 의존하던 아리스만
국내로 데려와 치료·재활
3개월 만에 고교 마치고
대학 컴퓨터공학과에 진학
감전사고로 팔다리를 잃은 인도네시아 청년이 한국국제협력단(KOICA) 봉사단원의 도움을 받아 역경을 이겨내고 결국 대학까지 진학하는 ‘인간승리’를 만들어냈다.
화제의 주인공은 인도네시아 중부 스마랑 지역의 우니술라 대학에 진학하게 된 아리스만(20ㆍ사진)씨. 그는 기술고등학교(자동차 기능ㆍ정비교육 학과)에 재학 중이던 2013년 6월 아버지의 자동차 정비소 개업을 돕던 중 고압 감전사고를 당해 오른쪽 팔다리를 모두 잃었다. 당시 아리스만씨는 심각한 화상을 입었음에도 어려운 가정 형편과 수술 치료에 대한 가족들의 문화적 거부감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집에서 민간요법에만 의존하고 있었다.
마침 인도네시아에서 봉사활동 중이었던 KOICA 단원 정익재(66)씨가 이 사실을 알게 됐고 꾸준히 가족들을 설득한 끝에 아리스만씨는 같은 해 12월 한국으로 건너와 1차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치료는 만만치 않았다. 오랜 기간 사실상 방치돼 있어 피부 부패 정도가 심각했다. 한국 의료업계의 도움으로 약 2개월간 위생 및 피부치료를 받은 후에야 아리스만씨는 신체조건에 맞는 의족ㆍ의수를 부착하고 재활 치료를 진행할 수 있었다.
지난 2월 인도네시아로 돌아간 아리스만씨는 사라졌던 희망을 다시 꿈꾸기 시작했다. 1년 가까이 다니지 못했던 고교 과정을 약 3개월여 만에 속성으로 모두 마치고 지난 7일 졸업한 데 이어 우니술라 대학에 어엿이 진학한 것이다. 성격도 예전보다 오히려 더 강해지고 밝아졌다. 다만, 사고 전에는 가업을 이어받기 위해 자동차 기술을 공부했지만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신체 활동이 덜 필요한 컴퓨터공학과로 진로를 조금 수정했다.
아리스만씨와 SNS로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다는 정씨는 “아리스만이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면서 졸업 사진을 보내왔다”며 “(사고로) 한동안 학교에 다니지 못해 쉽게 졸업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는데 뜻밖의 성과를 거뒀다”고 기뻐했다. 정씨는 아리스만씨가 한국에서 공부하고 취업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씨는 “신체 일부, 특히 한쪽 손발을 모두 잃는 일은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 아니겠느냐”며 “그런데도 희망을 잃지 않고 대학까지 진학했다니, 정말 놀랍고 대견스럽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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