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 넘칠 정도 보장”새 교육부 장관 반대 속
“조례 제정·정착하겠다”당선자 13명과 갈등 불가피

두발ㆍ복장의 자유, 체벌과 소지품 검사 금지 등을 규정한 학생인권조례를 놓고 정부와 진보교육감 간의 갈등이 또다시 불붙을 조짐이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내정된 김명수 한국교원대 교수는 “지금 학교현장에는 넘칠 정도로 학생인권이 보장되고 있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야단치거나 회초리를 드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반면 진보교육감 당선인들은 학생인권조례의 제정과 정착을 공약했기 때문이다.
잇따른 소송…혼란만 부른 교육당국
현재 서울ㆍ경기ㆍ광주ㆍ전북 4개 지역에서 제정된 학생인권조례는 이주호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소송까지 불사하면서 진보교육감과 맞붙었던 뜨거운 이슈다. 상대적으로 연착륙했던 경기와 달리 ‘교육 수도’로서의 상징성이 큰 서울에서의 학생인권조례 논란은 정치적 힘겨루기 성격이 짙었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2012년 1월 공포한 서울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이주호 전 장관은 대법원에 조례무효확인청구소송을, 헌법재판소에는 “장관 권한을 침해당했다”며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했다. 곽 전 교육감의 뒤를 이은 보수성향의 문용린 서울시교육감도 학생인권조례의 개정에 나서 싸움을 부추겼다. 대법원이 학생인권조례 공포에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각하 결정을 내렸지만 1년10개월여 동안 학교현장에서 학생인권조례는 흐지부지됐다. 문용린 교육감의 서울시교육청은 “대법원 선고는 절차에 대한 판단이지 조례 내용에 대한 판단이 아니다”며 맞섰지만 진보 성향의 조희연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상황은 바뀔 전망이다.
학생인권, 교문 넘어 전국 확산되나
학생인권조례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학교만 인권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다는 문제의식에서였다. ‘참고 공부해야 한다’는 학생으로서의 본분 앞에서 인권 담론은 늘 학교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때문에 2010년 경기에서 첫 시행된 학생인권조례는 전반적인 인권의식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특히 교사가 학생에게 행하는 폭력(체벌)에 대한 문제 의식이 확산됐다. 지난해 10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인권친화적 학교+너머운동본부가 전국 81개 초ㆍ중ㆍ고교생 2,921명을 대상으로 학생인권조례 시행 여부에 따른 체벌ㆍ언어폭력 경험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교사의 체벌이 전혀 없다’는 응답은 조례 시행 지역에선 58.7%였지만 미시행지역에선 39.8%에 그쳤다. 체벌은 이미 초중등교육법에서 금지돼 있었음에도 관행적으로 공공연히 이뤄졌지만 학생인권조례의 시행으로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서울 강서구의 중학교 교사 강모씨는 ‘인권조례가 교실붕괴와 교권추락을 가속화한다’는 지적에 대해 “과거의 편한 방법으로 학생을 통제하던 추억에 빠져있다는 얘기”라며 “시대가 변했으면 교사들도 그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6ㆍ4 지방선거에서 대구ㆍ대전ㆍ울산ㆍ경북 지역을 제외한 모든 시ㆍ도에서 진보교육감이 당선되면서 학생인권조례가 전국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강원과 경남, 인천, 전남, 충북 등은 과거 학생인권조례 제정 움직임이 있었지만 보수층의 반발로 무산됐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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