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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은 위대한 민족 외치는데

입력
2014.06.1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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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근=베이징특파원 ikpark@hk.co.kr

“중화민족은 위대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2012년11월15일 중국의 최고 지도자로 등극하며 한 말이다. 그는 중화민족이 지난 5,000여년 동안 인류 문명의 진보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중국이 반식민지 상태로 전락한 데 대해서는 “한때 고난과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당과 인민이 힘을 합쳐 분투한 결과, 가난하고 낙후했던 나라에서 풍요롭고 부강한 신(新)중국으로 변했다”고 강조했다. 시 총서기는 이어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의 꿈(中國夢)을 실현, 전 세계에 다시 기여하겠다고 선언했다. 시 주석의 이 말에 14억명에 가까운 중국 인민들은 환호했다. 한 때의 부끄러운 역사를 극복하고 짓밟혔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위안과 희망을 줬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긍정적인 역사관을 통해 국가적인 힘을 결집시키는데 성공했다.

반면 최근 우린 너무 대조적인 모습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개조론’을 들고 나왔다. 누가 누굴 개조하겠다는 것인지 분명치 않은 가운데 ‘적폐’를 해소하는 중요한 조치의 하나로 국무총리 후보를 새로 지명했다. 그러나 이후 사회 각계에서 그의 역사 인식과 민족 비하, 위안부 관련 발언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11년 한 교회 강연에서 ‘하나님의 뜻이 있는 거야, 우리한테 너희들은 이조 500년 허송 세월을 보낸 민족이다, 그래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고난을 주신 거라고 생각해요’, ‘500년 동안 내려왔던 조선의 못된 관습, 게으름’,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고 남한테 신세지고 이게 아주 우리 민족의 DNA로 남이 있었던 거야’라고 말한 사실 등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민족성을 폄하하는 이러한 주장은 일본 제국주의가 우리를 식민지로 삼기 위해 만든 억지 논리였다. 학계에선 배척된 지 오래이다. 무엇보다 실체적 진실과 다르다. 해외에선 우리 민족만큼 부지런한 사람들도 없다면서 격찬한다. 그런 근면성이 맨 손으로 나간 이역만리에서 기적을 일궜다. 짧은 기간 산업화와 민주화에 모두 성공한 데 대해서도 여러 나라들이 흠모한다. 이는 우리의 DNA가 훌륭하단 반증이다. 조선 500년을 허송세월로 치부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모욕이자 무지의 소치다. 한 왕조가 500년 이상 지속된 예는 인류사에서도 많지 않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까지 부정할 것이냐고 묻고 싶다. 이처럼 잘못된 자학적 사고가 아직도 우리 사회의 최고 지식인층에게 남아 있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물론 더 중요한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그러나 과거와 미래는 서로 분리될 수 없다. 역사를 긍정하는 중국의 미래 전략은 과학이다. 시 주석은 지난 9일 “각 민족의 앞날과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과학 기술 실력”이라며 창조와 혁신을 주문했다. 그는 이어 “120년 전 1894년의 갑오년과 2014년의 갑오년은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1894년 청일전쟁의 치욕을 거울 삼아 과학 기술의 창조와 혁신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얘기이다.

이에 비해 총리 후보 지명자는 일제 식민지배, 한국전쟁, 분단 등을 모두 ‘하나님의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식이라면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밖에 없다.

중국 지도층은 중국 인민들이 위대하다고 여기면서 긍정적인 역사관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국민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지도층의 모습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가장 큰 상처를 가진 국민인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오히려 소금을 뿌리고 가슴에 대못을 박는 지도층 인사는 거부감을 부를 수 밖에 없다.

얼마 후면 시 주석이 한국을 찾는다. 중국에 ‘하나님의 터치’가 필요하다는 총리 후보 지명자의 말을 문제삼고 싶진 않다. 그러나 적어도 중국 지도부를 맞는 우리 지도부는 우리의 역사와 우리 국민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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