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서 로켓포 공격받아 탐승자 49명 전원 사망 전투기 1대 격추도 주장
키에프 주민 300여명 차량 뒤집고 러 국기 찢어
메르켈·올랑드 푸틴과 통화 “병력이동 중지·싸움 멈춰라”

친러시아계 무장세력의 분리 독립 요구가 거센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에서 14일 정부군 수송기가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아 격추돼 탑승한 49명 전원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무장세력의 충돌로 한 달 넘게 사망자가 잇따르고 있지만 비행기가 격추돼 수십 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기는 처음이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검찰은 이날 동부 루간스크주 주도 루간스크에서 정부군 수송기 일류신(IL)-76이 분리주의 민병대의 공격을 받아 격추되면서 수송기에 타고 있던 공수부대원 40명과 승무원 9명이 모두 숨졌다고 밝혔다. 검찰은 수송기가 이날 새벽 1시께 민병대의 휴대용 로켓포 공격을 받고 격추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IL-76 수송기 격추로 49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수송기는 이날 새벽 루간스크 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도중 민병대의 공격을 받았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국방부는 “교대 병력을 태우고 가던 수송기가 곡사포와 대구경기관총 등의 공격을 받아 격추됐다”며 “수송기에는 군인들과 군사 장비, 보급 식량 등이 실려 있었다”고 밝혔다. 루간스크시는 분리주의자들이 장악하고 있으며 현지 공항은 정부군이 통제하고 있다.
루간스크주와 인접한 도네츠크주의 분리주의 민병대는 이날 또 다른 정부군 전투기 1대를 격추시켰다고 주장했다. 도네츠크주 고를로프카의 민병대는 이날 새벽 4시30분께 시내를 공습하던 정부군 공격기 수호이(Su)-25를 격추시켰다면서 “탈출한 조종사는 생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국 국무부는 전날 러시아가 자국 남부 지역을 통해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주의 민병대에 탱크와 대포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주의자들이 러시아로부터 탱크와 다연장포를 비롯한 중화기와 군사장비 등을 공급받았다”며 “러시아는 남서부 지역에 자국 군대가 사용하지 않는 탱크들을 배치해 두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가 우크라이나로 보내졌다”고 말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ㆍNATO)는 이날 러시아군의 것으로 추정되는 탱크가 이달 초 우크라이나 동부에 있는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나토는 사진 속 탱크들에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는 표식이나 위장색이 없다”며 사진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의 러시아 역할에 대해 “상당한 의심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는 수송기 격추에 격분한 시위대 300명이 러시아대사관에 몰려들어 러시아기를 찢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었다. 시위대는 차량을 뒤엎고 달걀을 러시아대사관으로 내던졌고 주변에 있던 경찰관은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독일과 프랑스 정상은 수송기 격추 사건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양측의 즉각 휴전을 촉구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3자 전화통화에서 우크라이나에 신속한 정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계속되는 폭력사태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이고 인도적 상황의 악화를 막도록 적대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사태 해결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제네바 협정을 언급하며 당사국들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명확한 계획을 마련할 것을 주문한 뒤 새로 선출된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비난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외신은 이날 러시아 고위당국자의 말을 인용, 안드레이 데쉬차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푸틴은 머저리(Putin is a prick)”라고 말한 장면이 찍혔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한 방송사 카메라에 녹화된 것으로 알려진 이 영상은 전날 데쉬차 장관이 키예프 주재 러시아 대사관 앞에 몰려든 군중을 향해 이렇게 외치며 환호를 받는 장면을 담았다. 소식이 알려지자 알렉세이 푸쉬코프 러시아 하원 국제위원회 위원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포로셴코 대통령은 외무장관을 해임하라”며 “그는 자제력이 없는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전날 동남부 도네츠크주의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탈환했다. 아르센 아바코프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기습작전을 통해 친러시아계 분리주의 민병대를 몰아내고 마리우폴을 되찾았다며 “반군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고 밝혔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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