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사립고 교사가 돈을 받고 시험문제를 유출한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국어교사는 2012년부터 6차례에 걸쳐 2,000여만원을 받고 국어ㆍ영어ㆍ수학 과목의 중간ㆍ기말고사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직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돈을 받고 시험지를 팔았다는 것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교사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양심과 윤리를 저버린 행위다.
이 교사는 학부모와 진학상담을 하다가 “내가 시험문제를 알려주겠다”고 먼저 범행을 제의했다고 한다. 완성된 시험지를 보여주거나 시험문제를 따로 정리한 문서를 건네주는 수법을 사용했다. 수학ㆍ영어 등 다른 과목은 해당 교사를 직접 연결해주기도 했다. 범행에 가담한 교사가 더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상황에 따라서는 조직적인 범행으로 확대될 개연성이 적지 않다.
고교에서의 내신성적 관련 비리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충북 청주시 한 고교에서 영어교사가 기말고사 시험문제를 사설학원에 넘겨준 사실이 드러나 전교생이 재시험을 치렀다. 지난해 11월에는 울산의 한 사립고교 교사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딸의 내신성적을 조작했다 적발되기도 했다. 교사들의 내신성적 조작은 일부 교사의 도덕성과 윤리의식 부재 문제로만 볼 일은 아니다. 그 바탕에는 현행 내신제도와 입시경쟁의 문제점이 작용하고 있다.
교육당국이 내신 평가 방식을 기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꾸려는 것도 과도한 경쟁을 막고 막대한 사교육비를 줄여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려는 취지다. 당초 현재 고교 1학년이 대학에 가는 2017년 대학입시에서 내신 평가 방식을 절대평가제로 바꾸려 했으나 내신 부풀리기 우려 등으로 2018학년도까지 도입이 유예된 상태다. 시간을 두고 부작용에 대한 대안을 마련한다면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효과적인 방안임에는 틀림없다.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진보교육감들도 공교육 정상화를 가장 우선적인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번 교사의 시험지 유출 사건은 공교육 혁신의 필요성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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