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 다시 수정
연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 주택수 무관 14% 분리과세 2주택 2000만원 이하 과세 유예기간 3년으로
2주택 전세임대 과세도 “최종 논의해야”애매한 입장 ?주택자에 대한 역차별”시민단체들 일제히 반대
예상했던 대로 정부의 임대소득 과세 방침이 또 후퇴했다. 세금을 적게 내는 분리과세 대상을 늘렸고, 시행시기도 다시 늦췄다. 전세소득에 대한 과세 역시 한 발 더 물러설 조짐이다. “임대소득 과세 원칙은 변한 게 없다”고 거듭 강조하던 기획재정부는 또 다시 ‘양치기 부처’로 전락했다. 조세정책의 원칙은 갈기갈기 훼손됐고, 시장 혼선만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들끓는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13일 국회에서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 추진을 위한 당정 협의’를 열고 임대소득 과세방안을 재수정하는 데 합의했다. 2월26일 임대소득 과세방안이 나온 후 1주일 만에 보완대책, 그리고 다시 3개월여 만에 추가 보완책이 만들어진 것이다.
우선 연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자의 경우 주택 수와 상관 없이 14% 단일세율로 분리과세하는 방안이 확정됐다. 당초 2주택 소유자에 한해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을 올리는 경우 분리과세를 하기로 했지만, 다주택자들이 형평에 어긋난다며 반대하자 주택수가 아니라 임대소득을 기준으로 과세를 하는 것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1주택자의 경우에도 기존 대책에는 기준시가 9억원 이상 고가 주택일 경우 다른 소득과 합산해 6~38% 세율로 과세하는 종합과세 대상자로 분류했지만, 이번 대책에서는 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면 비과세나 분리과세를 하기로 했다.
과세 유예 기간도 2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1차 보완대책에서 2주택자의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해서는 2015년까지 2년 비과세를 하고 2016년분부터 과세를 하기로 했지만, 이번엔 다시 비과세 기간을 2016년까지로 연장한 것이다. 또 현재 건강보험 피부양자인 경우 2,000만원 이하의 임대소득을 올리더라도 피부양자 지위를 유지하도록 했고, 지역가입자에 대해서는 건강보험료 부담 경감 방안을 별도로 마련하기로 했다.
보완대책은 이게 끝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2주택자의 전세 임대소득에 대해 과세를 하기로 한 방침 역시 후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날 당정 협의에서 새누리당은 전세 임대소득에 대해서는 분리과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기재부는 원칙대로 과세를 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추가 협의를 거쳐 최종 방침을 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김낙회 기재부 세제실장은 이날 “정부 입장에서는 당연히 2주택자에 대해서 과세한다는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최종 논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과세를 유지하겠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애매한 답을 했다. 또 한번 후퇴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무너진 조세 원칙에 대해서는 여기저기서 비판이 들끓는다. 애당초 정부가 정교하지 못한 정책을 도입해 괜한 분란만 일으켰다는 비판, 여전히 세입자 및 주택 공급 안정화를 위한 정책보다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 기조의 당연한 귀결이라는 목소리 등이 뒤섞인다. 변창흠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당초 정책을 도입할 때 시장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증거”라며 “정부가 세입자의 월세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노린 데서부터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도 일제히 반대 성명을 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주택 보유수 기준 폐지는 1주택자에 대한 역차별이다. 서민주거 안정보다는 다주택자 우대 정책이다”고 지적했고,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역시 “부동산 경기 활성화 명분으로 일관성도 원칙도 없이 흔들리는 정부의 부동산 세제정책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조세 원칙을 두 차례나 훼손했지만, 그렇다고 부동산 업계를 만족시킨 것도 아니다. 정부에 과세기준을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조정하고 3,000만원 이하 임대소득 2주택자에게는 비과세, 전세과세는 3주택자로 현행 유지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는 한국주택협회는 이번 재수정안도 여전히 미흡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문제는 경제팀 교체로 부동산 세제 완화는 더 가속을 낼 가능성이 높다는 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내정자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강력히 추진했으며,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내정자는 이번 보완대책을 주도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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