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남아공월드컵 독일ㆍ잉글랜드 16강전. 잉글랜드의 슛이 크로스바를 맞은 뒤 골라인 안쪽으로 떨어졌는데도 심판이 노골을 선언했다. 경기는 독일의 승리. 함께 TV중계를 보던 메르켈 독일 총리는 캐머런 영국 총리에게 멋 적은 표정으로 “미안하게 됐네요”라고 위로를 건넸다. 하지만 독일 대표팀 공격수 토마스 뮐러는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결승에서 독일은 정반대의 상황을 겪었다. 그때의 오심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서독은 잉글랜드 제프 허스트의 슈팅이 골이 아닌데도 골로 인정돼 우승컵을 빼앗겼다.
▦ 월드컵에서 오심이 잦은 이유는 무엇일까. 주심은 통상 경기당 15㎞ 안팎을 뛰면서 매 순간 판단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인지적 편향’이 작용한다고 한다. 무의식적으로 경기장 분위기에 휩쓸려 강팀이나 스타플레이어, 개최국에 우호적 판정을 한다는 것이다. 경기의 흐름을 끊지 않기 위해 가급적 개입하지 않으려는 성향도 판정에 영향을 준다.
▦ 무엇보다 최근 오심이 많아진 이유로는 고성능 카메라가 꼽힌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부터 32대의 초고속카메라가 경기의 매 순간을 기록, 86년 멕시코월드컵 때 마라도나처럼 ‘신의 손’으로 장난을 치는 장면을 물론, 심판이 못 본 장면까지 낱낱이 잡아내, 오심이 더욱 빈발하는 것처럼 비쳐진다는 것이다.
▦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선 오심을 줄이기 위해 판독시스템이 처음 도입됐다. 카메라 14대가 공이 골라인을 넘었는지 판독해 심판의 손목시계로 알려주는 장치이다. 하지만 개막전 경기부터 브라질의 페널티킥을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크로아티아 문전에서 수비수가 브라질 공격수의 어깨를 살짝 잡았고, 공격수가 오버액션을 했는데, 페널티킥이 선언된 것. 때문에 페널티킥과 오프사이드 등 여전히 심판의 몫인 부분에 대해서도 비디오 판독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대해 축구계는 “치열한 몸싸움과 공의 변화무쌍한 흐름이 묘미인 축구의 흐름을 끊어 놓을 것”이라며 부정적이다. 하지만 오심 논란을 차단할 적극적 방안은 계속 강구되어야 한다.
박진용논설위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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