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가 인정 실세 중 실세
당·청과도 찰떡궁합 예고
지지부진 3개년 계획 등
입법과정 탄력가능성
관료 퇴임 뒤 15년 공백
"정책 총괄 의문" 우려도
내수 진작 등 숙제 첩첩
돌파카드 뭘지 주목

파워, 경험, 그리고 소통.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의 ‘최경환 경제팀’은 이런 3박자를 모두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그야말로 막강한 경제팀이다. 1기 내각의 ‘현오석 경제팀’이 오랜 경륜에도 불구하고 파워(정책 추진력)와 소통(대통령과의 소통, 경제팀간 소통) 면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낸 것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자타가 인정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 2기 경제팀 투 톱인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내정자와는 지연(경북), 학연(위스콘신대), 정치경력(2002년 대선 때부터 호흡) 등으로 끈끈히 맺어져 있다. 둘은 박근혜 정부의 정책 과제에 대한 이해가 누구보다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개각에서 교체가 유력하게 거론되다 살아남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위스콘신대 동문이다.
전임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대통령의 심기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경제수석과도 종종 삐걱대는 모습을 비췄던 걸 감안하면 ‘실세’ 부총리의 등장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경제 컨트롤타워의 등장을 예고한다. 현 부총리는 지난해 세제 개편안 논란, 올해 3개년 계획 혼선 등으로 리더십이 크게 추락한 바 있다. 기재부 한 간부는 “적어도 대통령의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기재부의 위상이 떨어지는 일은 없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 내정자는 경력도 화려하다. 20년간 기재부의 전신인 경제기획원과 재정경제원에서 근무(公)했고, 3선 의원(政), 신문사 논설위원(言), 실물경제를 총괄하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官) 등을 지냈다. 전문성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경제관계 부처를 통솔하고, 현장까지 아우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정무적 감각을 지닌 실세 정치인의 입각은 지지부진한 국회 교섭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3개년 계획 등 주요 정책의 입법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경제 부총리는 예산권을 쥐고 있는 만큼 경제부처 만이 아니라 전 부처를 통제할 수 있는 파워를 가질 수 있다. 일각에서 최 내정자가 경제팀을 넘어 내각 전체를 아우르는 사실상의 1인자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내놓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 내정자의 다양한 경력이 오히려 정교한 거시정책을 짜는 데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당에서 정책보다 주로 정무 역할을 맡다 보니 경제 정책에 대한 철학이 무엇인지도 확실치 않다. 1999년 경제관료를 그만둔 뒤의 공백이 길어 경제정책 판단에 대한 감이 떨어졌을 수도 있다. 물론 실물경제를 책임지는 지식경제부 장관(2009년9월~2011년1월)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지내긴 했지만,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경제부총리에게 주어진 막중한 역할과는 비교할 수 없다.
무엇보다 앞에 놓인 숙제가 만만찮다. 당장 내수 부진이 걸림돌이다.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얼어붙은 경기는 구조적인 문제로 악화하고 있지만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 최 내정자가 지난달 원내대책회의에서 “돈이 모자라면 추경(추가경정예산)이라도 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기재부는 “국가재정법상 추경은 불가능하다”고 못박은 상황이다. 이밖에 수출을 위협하는 원화 강세, 세월호 참사 이후 갈피를 잡지 못하는 규제 개혁, 여전히 낙하산 인사 대책이 빠진 공공기관 개혁 등 2기 경제팀이 풀어야 할 정책 과제가 켜켜이 쌓여있다.
국회 교섭력 강화는 곧 지나친 국회 편중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경제부총리와 경제수석이 모두 정치인인 만큼 대중 영합적인 정책에 휘둘릴 공산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이미 뒤편에 밀린 지 오래이긴 하지만 경제민주화 추진은 더욱 요원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 내정자는 “편가르기식 경제민주화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이번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이 일사불란하게 추진되겠지만 최 내정자가 경제민주화나 일자리 창출, 권익 보장 등에 대해 깊은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북 경산(59) ▦대구고ㆍ연세대ㆍ위스콘신대 경제학박사 ▦행정고시 22회 ▦경제기획원ㆍ재정경제원ㆍ기획예산처 ▦한국경제 논설위원 ▦지식경제부 장관 ▦17~19대 의원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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