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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식민사관 뿌리 둔 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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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식민사관 뿌리 둔 뉴라이트"

입력
2014.06.1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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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사관 옹호 위해 신앙을 이용" 개신교 측도 반발

"교학사 검정통과·뉴라이트 인사 중용 흐름과 상통"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13일 새누리당 주요당직자회에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교회 발언 동영상이 상영되는 가운데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13일 새누리당 주요당직자회에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교회 발언 동영상이 상영되는 가운데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민족 DNA’ 발언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총리실은 그의 발언과 관련해 “윤치호의 발언을 인용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강연 내용을 보면 문 후보자가 윤치호의 발언을 단순 인용한 것이 아니라 결국 자신의 주장을 설파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역사학자들은 문 후보자의 발언이 제국주의의 논리에 뿌리를 둔 뉴라이트 사관이 투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식민통치 정당화 주장 되풀이

문 후보자는 2011년 자신이 장로로 있는 교회 강연에서 “윤치호라는 사람은 조선유학생들이 일하기가 싫다, 이거야. 앉아서 순 말로만 하는 것 좋아한다 이거야”라며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고 남한테 신세지고 이게 아주 우리 민족의 DNA로 남아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연 장면을 본 전문가들은 단순 인용이 아니라 윤치호(일본명 이토 지코ㆍ伊東致昊)의 논리를 적극 수용한 문 후보자 자신의 주장에 더 가깝다고 분석한다. 특히 역사학자들은 문 후보자의 발언이 일본 등 제국주의 국가가 내세운 식민통치 정당화 논리와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민족성이 우등한 국가가 열등한 국가를 지배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황당한 주장이다.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역사교육)는 “일본은 식민통치의 책임을, 되레 지배를 당한 국가에 지우는 주장을 했는데 한국의 친일파들이 그 주장을 받아들였다”며 “독립을 위해 민족성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이광수 ‘민족개조론’의 배경이 바로 이 논리”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문 후보자 발언의 앞뒤 맥락을 보면 그는 윤치호의 주장을 비판하기 위해서라기 보다 적극 동조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거론했다”며 “친일파나 일본의 식민주의 근대화론에 뿌리를 둔 뉴라이트 사관과 맥을 같이 한다”고 지적했다.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조선인은 게으르고 나태하고 의타적인 성격이라는 건 일본의 식민사관 중 ‘타율성 이론’에 가깝고 일제 덕분에 근대 문명이 발전했다는 것은 전형적인 뉴라이트의 식민지 근대화론”이라며 “국사학계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뉴라이트 인사 줄줄이 요직

윤치호의 말을 인용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도 있다. 윤치호는 아버지에 이어 일제로부터 남작 작위를 습작했고, 일왕이 대표적인 친일파를 골라 임명했던 귀족원 위원을 지냈다.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인 이준식 연세대 연구교수는 “윤치호는 3ㆍ1운동을 비아냥거리고 조선의 젊은이들이 천황을 위해 피를 흘려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일본과 조선이 한 몸이라는 내선일체론을 주장한 조선총독 미나미 지로(南次郞)를 민족의 아버지라고 칭했다”며 “총리 후보자가 그런 친일파의 말을 인용한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개신교계 역시 문 후보자의 발언이 기독교 보수주의를 넘어서는 극우주의라고 지적한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홍보실장인 강석훈 목사는 “문 후보자가 일본의 제국주의 사관을 옹호하기 위해 신앙을 이용했다”며 “가치를 지키려는 보수가 아니라 극우”라고 지적했다. 강 목사는 또 “문 후보자의 교회 강연은 일제강점기에 신사참배를 끝까지 거부해 순교한 보수교단인 고신과 3ㆍ1 독립운동에 참가했다가 제암리교회에서 집단학살 당한 순교자 등 개신교의 독립운동에 먹칠을 했다”며 “총리 후보자로서 부적격”이라고 주장했다.

학자들은 일본의 식민사관을 답습한 뉴라이트 인사들이 줄줄이 요직에 오르는 것도 우려한다. 앞서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 김학준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 이미 논란이 됐다.

한국역사연구회장인 정연태 가톨릭대 교수(국사학)는 “이번 인사는 지난해 친일독재 미화로 물의를 빚은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검정 심의 최종 통과, 뉴라이트 인사 정부기관장 임명 등의 흐름 속에서 나온 것”이라며 “앞으로도 인사 참사가 반복될 것으로 보여 참담한 심경”이라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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