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평(송승헌)은 엘리트 장교다. 육사를 졸업했고 월남전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려 영웅이라고 불리기까지 한다. 장성인 장인이 든든한 배경이 되고 아내 숙진(조여정)마저 남편의 출세에만 관심이 있다.
동기 중 선두주자인데다 별을 다는 것은 시간 문제인 듯한 진평은 자신의 관사 옆으로 이사온 부하의 아내 가흔(임지연)에게 속절없이 빠져든다. 자신의 성취를 송두리째 무너트릴 수 있는 위험한 사랑 앞에서 진평은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부하를 출장 보내는 등의 방법으로 가흔과 함께 시간을 갖고자 한다. 가흔이 진평의 사랑에 주저할 때 진평은 더욱 깊이 사랑의 수렁 속에 빠진다.
12일부터 주문형비디오(VOD)로 만날 수 있는 ‘인간중독’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진 두 남자의 처연한 모습을 그려낸다. ‘음란서생’과 ‘방자전’의 김대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에로틱하면서도 애틋한 남녀의 사랑을 그리는데 장기가 있는 감독이다. 김 감독은 ‘인간중독’에서도 남녀의 나신을 아름답게 포착해낸다. 남녀의 심리를 전하는 대사도 인상적이다. 설득력이 약한 진평의 무조건적 사랑과 평면적인 연기를 답습하는 송승헌의 모습 때문에 흡입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무엇보다 월남전이 한창이던 1970년대 초반을 영화의 배경으로 삼은 이유도 알 수 없다. 시대가 두 사람의 사랑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가 불명확해지며 역사성도 놓친 작품이 됐다. 19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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