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선거유세에 이용" 논란
예능을 서민의 전유물로 생각해
기대 어긋난 행동에 더 배신감
탈세 물의 강호동은 1년 은퇴
가수 인순이는 방송활동 계속
병역기피 논란 MC몽 4년간 칩거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야꿍이 아빠로 한창 인기몰이를 하던 김정태가 지방선거 즈음에 철퇴를 맞았다. 양산시장 선거에 나선 나동연 새누리당 후보의 유세에 아들과 함께 참여한 것이 논란의 시발점이었다. 연예인이 정치 소신을 밝히거나 정치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이상한 시대는 아니다. 하지만 정치적 입장이 없는 순수한 아이를 정치 행보에 이용한듯한 인상을 주어 문제가 발생했다. 김정태가 그런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대중은 그것과 상관없이 그의 행보에 도덕적 문제가 있다고 질타했다.
MBC ‘아빠 어디가’의 김진표도 비슷한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다. 김진표는 이 프로그램에 출연이 확정된 순간부터 과거 그가 했던 일련의 행동들이 논란이 됐다. 당시의 몇몇 행동으로 보아 그가 일베가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김진표가 사과를 했지만 논란이 끝나지는 않았다. 비도덕적이고 비호감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김진표를 결국 자진사퇴를 결정했다. 어떻게든 ‘아빠 어디가’에 출연하려던 노력이 상처만 남겼을 뿐이다.
‘아빠 어디가’의 김진표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김정태의 자진하차는 유독 육아예능에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적용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맞는 이야기다. 육아예능은 특히 도덕적인 문제에 민감하다. 그것은 순수한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호감이 이 육아예능의 가장 중요한 매력이기 때문이다. 어른의 잘못으로 만들어진 비호감 요소가 프로그램에 대한 몰입감을 떨어뜨린다. 냉정한 시청자들이 이것을 감수할 까닭이 없다.
사실 육아예능이 아니더라도, 예능 분야는 유독 높은 도덕지수를 요구한다. 음주운전을 하고 ‘무한도전’을 하차한 길이 그렇고, 연이은 도박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거짓말까지 해 연예계에서 방출된 신정환이 그렇다. 남자라면 누구나 다 짊어지는 병역의 의무를 피하거나 나태하게 군생활을 한 연예인들도 싸늘한 시선을 받는다. 고의로 이를 뽑았다는 의혹을 받아 무려 4년 동안 칩거한 MC몽이나 특혜 논란을 일으킨 비 등 일련의 연예병사도 마찬가지다.
잘못된 행동은 비판 받아 마땅하지만 그들은 특히 예능인이기 때문에 더욱 강도 높은 질타를 받는다. 예를 들어 강호동은 세금문제로 1년 동안 ‘잠정적으로 은퇴’했지만 당시 비슷한 문제에 휘말렸던 인순이는 방송활동을 계속했다. 가수에 대한 인식이 예능인과 다르기 때문이다. 가수는 음반활동과 맞물려 간헐적으로 대중 앞에 등장해도 되지만 예능인은 한 달만 방송을 쉬어도 잊혀진다. 가수는 방송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예능인보다 논란을 상대적으로 쉽게 피해간다.
무엇보다 예능 출연자에게 유독 높은 도덕지수를 요구하는 것은 예능을 서민의 전유물로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 때문일 것이다. 예능인을 서민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물로 여기기 때문에 그들이 저지르는 잘못에 더 실망하고 배신감을 더 많이 느낀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최근 세월호 참사의 여파 때문인지 대중의 도덕지수 요구는 더더욱 커지고 있다. 제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도덕적 결함이 있으면 그 능력이 돋보이지 않는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의 도덕적 결함은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도 한다. 능력 있는 어른이 제대로 된 도덕적 선택을 하지 못했을 때 아이들이 어떤 상황을 맞았던가. 김정태에게 쏟아진 비난의 화살 속에는 그래서 우리 현실의 도덕지수의 문제가 어른거린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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