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조 사코 지음ㆍ최재봉 송용창 등 옮김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 발행ㆍ232쪽ㆍ2만2,000원

만화 기자라는 직업이 있다. 만화를 취재하는 기자가 아니라 취재한 것을 만화로 전하는 기자다. 만화가 겸 기자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수 있겠다. 조 사코는 코믹스 저널리즘 또는 그래픽 저널리즘의 개척자다. 대표작 ‘팔레스타인’ ‘안전지대 고라즈데’ ‘파멸의 시대 저항의 시대’ 등은 국내에도 출간돼 있다.
2012년 미국에서 출간된 ‘저널리즘’은 사코가 지난 10여년간 뉴욕타임스 매거진, 타임, 하퍼스, 가디언 등에 기고한 단편 만화 기사 11편을 모은 것이다. ‘헤이그’ 편은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전범재판소에서 열린 보스니아 내전의 전범 재판 과정을 그리고 ‘팔레스타인’ 편은 헤브론과 가자를 중심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을 다룬다. ‘코카서스’에선 러시아와 분쟁 속에서 갈 곳을 잃은 체첸 난민 이야기를 전한다. 이라크 파병 미군 이야기를 그린 ‘이라크’와 가난과 전쟁, 폭정을 피해 유럽으로 향하는 40만 난민들이 지중해의 섬나라 몰타로 몰려드는 사태를 다룬 ‘이민’에 이어 인도의 빈곤 문제와 카스트 제도의 실상을 담은 ‘인도’ 편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저자는 11편의 ‘기사’에 담긴 그림과 글을 통해 저널리즘에 대한 생각을 드러낸다. 팔레스타인 주민이 판 땅굴을 없애겠다며 불도저로 집을 부수는 이스라엘 수비군의 입장을 옮기면서도 팔레스타인 주민의 목소리를 더 자세히 전한다. 체첸 난민의 비극을 전달하면서는 폭력적인 러시아 군의 입장을 애써 옮기려 하지 않는다. 부록의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저널리즘이란 “단순히 ‘이쪽과 저쪽을 모두’ 보여주는 게임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그는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정치인이 하는 말을 충실하게 받아 적고 보도하는 것은 저널리즘이 아니다. 그 정치인의 말을 현실과 비교하는 것이 저널리즘이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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