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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상처를 이기는 방법

입력
2014.06.1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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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살림의 측면에서만 얘길 하자면 책을 쓰고 책을 만드는 일을 하는 동안 마음 편하게 일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출판이나 문학은 언제나 늘 위기였던 것이다. 요즘도 출판계가 많이 어렵다. 이젠 어렵다는 말을 하는 것부터가 스스로 어지간히 민망할 정도다. 회사에서 매달 열리는 본부경영전략회의는 사실상 비상회의다. 그만큼 매출과 실적 부진의 양상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며칠 전의 회의에서 마케팅 국장이 서두에 이런 말을 했다. “오늘 아침 한국이 가나와의 월드컵 대표팀 평가전에서 4대0으로 졌는데, 정말 다행입니다. 월드컵이 빨리 끝날 것 같습니다.” 가뜩이나 출판계 불황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국민의 눈과 귀를 빼앗아갈 월드컵이 악재였는데, 지금 같은 실력으로는 한국팀이 조별예선만 치르고 짐을 쌀 것 같아 다행이라는 것이다. 이런 농담과 역설마저도 희망과 등치될 정도로 출판계가 어려운 것이다. 눈만 돌려보면 어디에나 좋은 책이 있는데 왜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는 것일까. 생활 형편이 다소 어려운, 소설을 쓰는 어떤 선배는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가난한 사람이 위축되거나 상처받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읽는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살면서 한 일 중 잘한 일은 아이에게 그 방법을 알려준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은 가난과 상처를 이기는 일이다. 그것만 알아도 우리의 삶은 얼마나 희망적인 것인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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