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게놈 연구 패러다임, 산업적 활용으로 바뀐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게놈 연구 패러다임, 산업적 활용으로 바뀐다

입력
2014.06.13 11:39
0 0
생명공학 기술의 발달로 여러 동식물의 게놈(유전자 전체)을 해독한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이를 산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흩어져 있는 게놈 데이터를 모아 연구자들이 공유할 필요성이 커졌다. 게놈 정보를 저장해놓은 국가생명연구자원센터(KOBIC) 서버실을 관계자들이 점검하고 있다. KOBIC 제공
생명공학 기술의 발달로 여러 동식물의 게놈(유전자 전체)을 해독한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이를 산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흩어져 있는 게놈 데이터를 모아 연구자들이 공유할 필요성이 커졌다. 게놈 정보를 저장해놓은 국가생명연구자원센터(KOBIC) 서버실을 관계자들이 점검하고 있다. KOBIC 제공

'유전자 해독' 치열한 경쟁으로 유용한 빅데이터 이미 축적

유사한 種 간에 연관성 커 유전적 특성 비교·분석 통해 새 치료법 개발 단서 획득 가능

산업적 가치 있는 정보 추출 위해 데이터 공유 분위기 마련돼야

독수리, 호랑이, 고래, 개구리, 거미, 핀치….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모두 최근 유전자 전체(게놈)가 완전히 해독됐다. 요 몇 년 사이 과학자들 사이에서 종(種)별 게놈 해독 경쟁이 유난하다. 아무도 분석하지 않은 종의 게놈을 누가 먼저 해독하느냐의 ‘최초’ 타이틀을 둘러싸고 치열한 신경전까지 벌인다. 그러면서도 과학자들은 곧 다가올 변화를 예감하고 있다. 적은 비용으로 누구나 게놈 분석을 하게 될 가까운 미래에는 개별 생물의 게놈 최초 해독이 더 이상 큰 의미일 수 없다. 수많은 생물의 게놈 정보는 빅데이터다. 여기서 어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느냐는 기술 수준을 넘어 얼마나 창의적인 연구를 하느냐에 달려 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한창이던 10여 년 전만 해도 생물 한 종의 게놈을 모두 알아내려면 수억 원을 들여 과학자가 며칠씩 실험실에 매달려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젠 척추동물 한 종의 게놈을 해독하기 위해 “평균 2,000~3,000만원 들여 하루만 고생하면 가능한” 시대가 됐다. 실험 장비와 분석 기술의 눈부신 발달이 가져온 변화다.

2010년 약 40개국 과학자들이 모여 출범한 ‘게놈 10K 프로젝트’도 이런 배경 덕분이다. 모든 척추동물의 속(屬)마다 한 종씩을 포함한 1만종의 척추동물 게놈을 해독해 진화의 흐름을 밝혀내겠다는 국제공동연구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호랑이와 고래 게놈을 해독한 박종화 울산과학기술대(UN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척추동물 1,000~2,000종의 게놈이 해독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가 완료되기 전 이미 과학자들이 예감하는 변화가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간단한 기술만 익히면 누구나 생물의 유전자 전체를 분석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게놈 정보를 생산하는 데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쌓인 게놈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 묘안을 짜낼 시점이 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게놈 정보가 “진정한 의미의 빅데이터”라고 강조한다. 초파리만 해도 유전자가 1만3,000여 개다. 척추동물은 종마다 수만 개씩이다. 지금까지 해독된 게놈 데이터가 어마어마한 규모일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이들 데이터가 독립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박 교수는 “지리 정보나 이미지 자료 등처럼 다량 저장돼 있어도 서로 연관성이 적다면 ‘많은 양의 데이터’일 뿐이지만, 게놈 데이터는 종별로 밀접하게 연결돼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이루기 때문에 추가 분석으로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고래와 하마, 사람, 오리너구리의 게놈을 비교분석하면 바닷속 같은 저산소 환경에서 오래 견딜 수 있는 비결이 보일지 모른다. 최대 잠수 시간이 북극고래 3,660초, 밍크고래 806초, 하마 240초, 사람 150초, 오리너구리 138초로 크게 차이 나는 이유가 유전적 특성 때문일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이다. 또 야행성인 부엉이와 몸집이 비슷하거나 분류학적으로 유사한 종의 게놈을 비교분석하면 새로운 안질환 치료법 개발의 단서가 나올 수 있다. 수많은 게놈 데이터 중 이렇게 산업적으로 활용 가능한 정보를 가려내는 건 사막의 모래 속에서 진주 찾기나 다름 없다. 얼마나 빨리, 효과적으로 가려내느냐는 결국 창의력 싸움이 될 거라고 과학자들은 예상한다.

창의력 경쟁을 벌이기에 앞서 갖춰져야 할 기본 여건은 데이터 공유다. 여러 연구기관이나 대학에서 나온 게놈 정보를 한 곳에 모아 관리하며 많은 과학자가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한 게놈 연구자는 그러나 “논문으로 발표한 데이터는 개인의 것이라는 인식이 강한 탓에 국내 과학계엔 아직 이런 여건이 충분히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