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에
日 가미카제 카드 만지작
韓은 中과 위안부 공조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한중일 3국의 논쟁이 유네스코(UNESCO·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로 확전될 조짐이다.
중국이 일본군 위안부 및 난징(南京)대학살 관련 자료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유네스코에 공식 신청하자 일본도 제2차 세계대전 자살특공대로 알려진 가미카제(神風) 대원 유서의 유산 등재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맞불대응에 나섰다. 한국은 내년께 일본군 위안부 관련 자료를 신청키로 해 중국과 공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12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올해 유네스코에 신청할 세계기록유산 후보를 두고 최종 조정작업에 들어갔다. 일본은 가고시마현 미나미큐슈시 지란(知覽)특공평화회관에 소장된 특공대원의 유서 333점을 비롯, 1920년대 일본의 천민해방운동에 앞장선 전국수평사, 제2차세계대전 당시 시베리아 억류자 관련 자료, 일본 교토 사찰의 고문서 등 4점의 기록문서를 등재 후보로 선정한 상태다. 세계기록유산 신청은 국가별로 한 해에 최대 2건으로 한정한다는 조건에 따라 이중 2건을 조만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지란특공평화회관에는 특공대원의 유서와 사진 1만3,000여점이 소장돼있다. 일본은 이중 대원들이 부모나 가족, 연인들에게 쓴 편지와 일기만을 집중적으로 선택, 전쟁의 거대한 파도에 휘말려 산화한 젊은이들의 유서라는 의미를 붙여 유산 등재 신청을 검토 중이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감추기 위해 자살특공대나 가미카제라는 용어를 빼는 대신 대원들의 유서가 보관된 지역의 명칭을 붙인 ‘지란특공대원의 유서’로 정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아베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이후 일본 군국주의 만행을 국제 사회에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난징은 물론 일본 관동군이 점령했던 랴오닝(遼寧)성과 지린(吉林)성으로 외신기자들을 불러 위안부 성노예, 731부대 생체 실험, 민간인 학살 증거 등을 잇따라 폭로하고 있다. 이번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도 연초부터 추진해온 것으로 최종 등재 여부는 국제자문위원회(IAC)의 심사와 등재 권고 결의, 유네스코 사무총장의 추인 등을 거쳐 결정된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에 대해 11일 중국측에 항의하고 신청 철회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당장 “일본의 억지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신청은 철회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이와 관련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은 12일 “나(일본)는 성을 침략하고 주민들을 깡그리 학살할 수 있어도 너(중국)는 끽 소리도 내선 안 된다는 식”이라며 “일본의 주장은 강도의 논리”라고 지적했다. 신화통신도 “일본은 신청 자격조차 의심스러운 가미카제 자살특공대 대원들의 유서와 사진 신청을 추진하면서 중국의 정상적인 신청에 반대하는 것은 무슨 논리냐”며 “제정신이 아니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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