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공청회서 폐지나 완화로 가닥
SKT "요금 더 싸질 것"
KT·LG "독과점 심화"
정부가 통신시장 요금 인가제를 완화 또는 폐지를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정부가 약 20년 동안 유지한 유효경쟁정책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어서 통신요금 인하 경쟁을 비롯해 통신시장이 큰 변화가 예상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2일 경기 과천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통신정책 변경에 관한 공청회를 갖고 ‘통신요금규제 개선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날 KISDI가 발표한 개선안의 골자는 통신요금 인가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것이다.
통신요금 인가제란 유선통신과 무선통신의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요금을 올릴 경우 미래창조과학부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한 제도다. 이동통신 1위 SK텔레콤과 집전화 1위 KT가 요금을 임의로 올리지 못하도록 한 장치다.
정부가 1996년 통신요금 인가제를 도입한 이유는 이용자 보호를 위해 사업자들이 함부로 요금을 올리지 못하게 하고, 공정한 시장경쟁을 위해 후발 업체들을 보호하려는 목적이었다. 이를 선두업체에 불리하고 후발업체에 유리한 정책이라는 뜻에서 비대칭규제 또는 유효경쟁정책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정부가 인가제 폐지를 다시 추진하는 것은 시장 상황이 변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후발 사업자도 충분히 시장 경쟁을 펴나갈 만큼 성장했고, 전세계적으로 인가제를 유지하는 나라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기존 인가제를 ▦인가제 보완 ▦인가제 폐지 및 신고제 보완 ▦완전 신고제 전환 등 3가지 방안 가운데 하나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인가제 보완은 인가제를 유지하되 사전 심사를 완화하고 사후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이다. 내놓은 요금제가 문제가 있으면 사후에 약관 변경 명령을 내리거나 과징금을 부과하는 식이다.
인가제 폐지 및 신고제 보완은 인가제를 없애지만 1위 사업자에 한해서 신고 접수된 약간을 심사하는 것이다. 완전 신고제 전환은 말 그대로 인가제를 없애고 모두 자유롭게 요금제를 내놓은 뒤 정부에 신고만 하면 되는 방안이다.
3가지 방안 모두 기존 인가제 변경을 전제로 하고 있다. 정부는 인가제가 폐지되면 통신업체들이 정부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요금제를 내놓아 시장 경쟁이 활성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요즘처럼 통신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요금을 올리긴 어려우니 필연적으로 요금이 내려갈 것”이라며 “자율 경쟁을 통해 요금 인하를 유도하는 것이 인가제 변경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통신업체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SK텔레콤은 인가제 폐지에 찬성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그 동안 정부의 인가제는 요금 인상뿐 아니라 인하도 막아왔다”며 “인가제가 폐지되면 건설적인 요금 인하 경쟁으로 이용자들이 더 싸게 이동통신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KT와 LG유플러스는 인가제 폐지에 반대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 50% 이상인 SK텔레콤이 싼 요금제로 가입자를 모은 뒤 시장 점유율이 더 늘어나면 그때 가서 요금을 올리는 독점업체의 폐해가 나타날 수 있다”며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이 더 떨어지지 않는 한 인가제를 폐지하면 안된다”고 반대했다.
KT도 인가제 폐지가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KT 관계자는 “날로 가입자가 줄어드는 유선통신은 인가제를 없애봐야 KT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의 유일한 규제 카드인 인가제를 없애면 통신시장이 SK텔레콤 위주로 흘러가 시장 독과점이 굳어진다”고 우려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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