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이 구원파의 본산인 경기 안성시 금수원을 이틀째 압수수색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수색 범위를 인근 야산으로 넓히고 땅굴과 지하벙커 확인작업까지 벌였지만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커녕 도피를 도운 두 여성의 신병도 확보하지 못했다. 이틀 동안의 금수원 수색에 동원된 경찰 병력은 1만명이다. 대학생 5,000여명이 연행된 1996년 연세대 한총련 집회 때 이후 최대 규모다. 헬기와 물대포, 방송차량, 탐지견, 구조장비까지 동원돼 대규모 토벌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호들갑도 이런 호들갑이 없고 무능도 이런 무능이 없다.
더 우스운 건 이런 대대적인 작전이 박근혜 대통령의 질책 이후 나왔다는 사실이다. 검찰은 며칠 전만해도 유 전 회장을 기소중지하고 검거작업을 경찰에 맡기는 출구전략을 고민해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검토하라”고 하자 황급히 금수원에 재진입했다. 금수원을 수색해도 성과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박 대통령의 불호령에 운신의 폭이 그만큼 좁아졌다. 검찰과 경찰만이 아니다. 안전행정부는 유명무실했던 반상회를 전국적으로 연다고 했고, 유 전 회장의 밀항을 막기 위해 육ㆍ해ㆍ공군이 동원되는 사상 초유의 일도 벌어지고 있다. 공권력을 넘어 정부 전체가 유 전 회장 잡기에 나선 셈이다.
세월호 참사의 직간접 원인을 제공한 유 전 회장을 검거해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시급하고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렇듯 ‘국민총동원령’을 내릴 만한 일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오히려 지나친 호들갑은 정부가 책임 소재를 흐리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정부로서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유 전 회장 검거에 올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나치게 판이 커지다 보면 예상치 못한 후폭풍에 부닥칠 수도 있다. 유 전 회장을 검거하지 못할 경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여러 차례 유 전 회장 검거를 채근한 박 대통령으로서도 권위에 손상이 갈 수밖에 없다. 퇴로 없는 강공 일변도 검거작전의 후유증이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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