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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널리스트

입력
2014.06.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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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의 정부 요직 발탁이 잇따르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청와대에 발을 들인 언론인 출신이 벌써 5명이고, 국회 청문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첫 기자 출신 국무총리 후보자까지 나왔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일선 기자들이 ‘기레기’란 굴욕적 언사로 대변되는 극심한 언론 불신에 시달려 온 것과는 대조된다. ‘관피아’(관료 마피아) 논란에 잔뜩 움츠린 관가에선 “‘언피아 시대’가 열린 모양”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 국내 언론인의 정ㆍ관계 진출 역사는 뿌리가 깊다. 정치(Politics)와 언론인(Journalist)을 합성한 ‘폴리널리스트’란 말도 낯설지 않다. 언론(기업)의 미래가 불안한 탓에 ‘직업 선택의 자유’로 옹호되는 경향도 짙어졌다. 하지만 권력 감시가 주업인 이들이 그 경력을 무기 삼아 권력의 한복판에 뛰어드는 것은 결코 자랑할 일이 아니다. 언론학자 이준웅은 언론인의 정계 진출을 “언론에 대한 공중(公衆)의 불신의 원인이자 결과”라는 점에서 “개인의 선택이 아닌 한국 언론환경 전체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 권력욕이든 대의든 이왕 나간 마당에 능력을 제대로 보여줬다면 그나마 다행일 텐데, 현실은 정반대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로 향한 폴리널리스트들은 줄줄이 비리에 연루돼 철창 신세를 지거나, 존재감 없이 녹(祿)만 축내다 재빨리 낙하산을 탔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대변인 한 명은 전례 없는 성 추문으로 옷을 벗었고, 다른 한 명은 내홍 소문 속에 스스로 물러났다. 민경욱 현 대변인도 “국민과의 소통 증진에 일조하겠다”던 다짐이 무색하게 세월호 참사 이후 각종 망언으로 소통에 먹통인 모습만 보였다.

▦ 요즘 폴리널리스트의 행태가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앉은 자리에서 직행’하는 일이 잦아졌다는 점이다. 현직 프리미엄을 몸값 높이기에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KBS 앵커로 얼굴을 알린 민 대변인은 임명 발표 전날 밤 9시 뉴스에 출연해 논평을 하는가 하면, 당일 오전 편집회의까지 참석한 뒤 청와대로 갔다. 불러만 주면 언제든 달려갈 작정을 한 이들에게 최소한의 윤리와 양식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이희정 논설위원 jaylee@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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