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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모집인 등치는 카파라치

입력
2014.06.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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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포상금 인상 악용

모집인 불법영업 적발해도

신고한다며 협박해 돈 뜯어

12년차 카드모집인 A(54)씨는 지난해 한 고객으로부터 카드를 발급받고 싶으니 사무실로 와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고객은 A씨에게 다른 카드사와 비교하며 상품권을 요구했다. 건당 7만원의 수당을 받는 A씨는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마지못해 5만원 상품권을 주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다. 며칠 뒤 고객은 A씨 휴대폰으로 당시 현장을 몰래 찍은 동영상을 보냈다. 그러고는 300만원을 주지 않으면 불법 영업으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 A씨가 돈을 보냈지만 고객은 결국 금융당국에 A씨를 신고한 후 포상금까지 챙기고 연락을 끊었다. 2년간 자격이 정지된 A씨는 당장 이달부터 생계가 막막해졌다. 고객유치를 위해 대납해줬던 연회비 수백 만원은 고스란히 A씨의 빚이 됐다.

카드모집인들이 설 곳을 잃고 있다. 정보유출을 일으킨 카드사들의 영업이 재개되면서 과열경쟁을 막으려고 강화한 카파라치 제도가 비정규직 카드모집인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 초 타사 카드사의 회원을 모집하거나 길거리 모집, 카드 연회비의 10%를 넘는 경품을 제공하는 등 모집인들의 불법 영업을 적발하는 카파라치(카드+파파라치) 신고포상금을 건당 최대 5배 인상했다.

문제는 이 제도를 악용해 모집인을 협박하는 카파라치만 양산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포상금을 챙기기 보다는 모집인들을 협박해서 돈을 뜯어내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카드모집인 진모(51)씨는 “모집인들은 신고가 들어가면 자격이 정지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돈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카파라치 신고ㆍ접수 건수는 올 들어 4개월 동안 40건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정보유출에 카파라치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영업환경이 악화하자 업계를 등지는 모집인들도 늘고 있다. 카드모집인 수는 지난해 12월 대비 최근 300여명이 줄어들었다. 전광원 전국카드설계사협회 회장은 “모집인 등록을 해놔도 영업이 어려워져 다른 일을 찾는 모집인들도 많다”며 “모집인들 중에서는 타사 모집인을 신고해 포상금을 타는 등 업계 분위기가 흉흉하다”고 말했다.

카드 연회비의 10% 이하의 경품을 주도록 규정한 것도 불법 영업을 부추긴다. 연회비가 1만원인 카드를 발급할 때는 1,000원짜리 경품만 줘야 되는데 이미 고가 경품을 원하는 관행 때문에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것. 카드업계도 최근 신제윤 금융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연회비 10%룰’을 완화해줄 것을 요구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카드 발급하면서 커피 한잔도 사주면 안 될 정도로 연회비 10%룰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카드설계사협회는 다음달 국회에서 여신전문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연다. 카드모집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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