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민족 비하성 과거 발언을 두고 각계에서 사퇴 요구가 분출되고 있지만 정면 돌파를 선택한 모습이다.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 낙마에 이어 문 후보자까지 인사청문회 문턱도 가지 못하고 낙마할 경우 국정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감 속에서 일단 ‘버티기 모드’를 택하며 여론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청와대는 문 후보자의 거취와 상관 없이 12일 청와대 수석 비서관 인사를 발표한 데 이어 13일에는 개각 인사도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문 후보자의 발언이 돌발 변수도 터져나오면서 청와대 참모진 개편 인사가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문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참모진 및 내각 구도를 다시 그려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비서실장 주재의 수석비서관회의 등을 거치면서 청와대의 선택은 ‘예정대로 간다’는 쪽으로 정리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개각 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총리 지명 철회는 없다’는 얘기다. 문 후보자가 이날 자신의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사실상 자진 사퇴를 거부한 것이나, 새누리당 지도부가 문 후보자 감싸기에 나선 것도 청와대의 의중과 조율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로서는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당장 청와대가 직접적인 책임론에 휘말리고 국정 공백이 장기 표류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 후보자가 곧바로 낙마하면 두 번에 걸친 인사 검증 실패로 청와대 인사위원회 위원장인 김기춘 비서실장이 책임론을 비켜가기 어렵다. 더군다나 박근혜 대통령이 16일부터 21일까지 중앙아시아 순방에 나설 예정이어서 개각 시기가 이달 하순까지 밀릴 수 있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사고 수습에다 개각론 여파로 거의 모든 국정 운영이 올스톱된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우려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문 후보자 발언의 취지가 거두절미돼 보도되면서 과도하게 왜곡됐다고 보는 기류가 강하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우리나라가 식민 지배의 시련을 극복하고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종교적 측면에서 강연한 것인데, 몇몇 구절만으로 민족 비하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한 것으로 오해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론의 반발이 워낙 거센데다 여당 내부에서도 문 후보자에 대한 사퇴 요구가 공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어 청와대가 문 후보자를 계속 감싸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부처 개각을 완료한 뒤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문 후보자의 지명 철회 여부를 판단할 개연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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