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을 받던 여고생이 뇌사상태에 빠지고, ‘그림자 의사(섀도 닥터)’가 대리수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G성형외과. 이 성형외과는 대한성형외과의사회에 의해 사기, 의료법 위반,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지만 여전히 성업 중이다.
오히려 애타는 쪽은 성형외과의사회다. 김선웅 성형외과의사회 법제이사는 “보건복지부와 관할 보건소는 사법처리가 나온 뒤 행정 처분하겠다는 말만 하고 있고, 조사를 담당한 강남경찰서도 더디게 진행해 답답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관계당국은 이 사건 처리에 뭉그적거리는 듯하다. 한 복지부 관계자는 “대리수술, 무면허 의료행위 등 의료법 위반 행위가 사실로 드러나면 면허취소 등 행정처분을 하겠지만 혹시 먼저 조치를 취했다 무죄 판결이 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변명했다.
온 국민을 분노케 한 사건인데도 관계당국이 뒷짐을 지고 있는 이유는 뭘까. 수많은 의혹이 제기됐지만 구체적 증거를 잡지 못하는 ‘무능’ 때문이다. 강남보건소 관계자는 “업무검사를 했지만 그림자 의사는 물론이고 간호학원 학생들이 수술과정에 참여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해 판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G성형외과도 당당했다. 병원 관계자는 “성형외과의사회가 자체 진상조사를 벌여 검찰에 고발했지만 그 과정에서 제보자와 몇몇 의사의 말만 듣고 관련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가 불법을 저질렀다면 수사가 벌써 종결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 사건이 유야무야된다면 만연한 그림자 의사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김 성형외과의사회 법제이사는 “알만한 대형 성형외과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불법 증거도 확보했지만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강남보건소 관계자도 “그림자 의사문제는 대부분의 대형 성형외과에서는 발생하는 일이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변명했다.
G성형외과 사건이 터진 지 2개월이 지나도 해결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환자들의 모든 피해는 스스로 질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성형대국 대한민국의 민낯이 드러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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