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업계 1분기 매출 저조
온라인이 불안하다. 최근 들어 금융과 통신, 유통업계 등에서 잇따라 대형 정보 유출사고가 터져 나오고 있지만 정작 기업들의 보안 투자는 지극히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소는 잃고 외양간도 뚫렸는데, 수리를 미루는 꼴이다.
12일 보안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주요 보안업체 매출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저조했다. 실제 안랩만 전년동기대비 0.5% 늘어난 278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인포섹은 7.8% 줄어든 218억원에 머물렀고 시큐아이는 20.8% 감소한 156억원에 그쳤다.
보안업계의 실적 부진은 각 기업들에서 계획했던 보안 투자를 실제 집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보안업체 관계자는 “최근에 일어난 정보 유출 사고로 보안 투자와 관련된 설명회가 수십건 있었지만 막상 계약으로 이어진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며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매번 나서지만, 허탕만 치고 있다”고 푸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우리는 괜찮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는 업체들이 많은 것 같다”며 “보안 의식을 높이자는 구호만 요란할 뿐이지, 달라진 건 없다”고 꼬집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전국 5,243개사(종업원 5인 이상)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3년 정보보호 실태조사’(기업부문)에 따르면 정보보호 투자와 관련, 전체 예산의 3% 미만인 기업은 39.4%에 달했으며 5% 이상 투자한다는 업체는 3.2%에 불과했다. 정보보호 투자가 미미한 이유로는 ‘정보보안 사고 피해가 거의 없어서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가 46.5%로 가장 많았으며 ‘정보보호에 관심이 없어서’(17.2%)와 ‘재정 형편이 어려워서’(15.8%)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실리콘밸리의 보안 관련 신생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가 전년대비 58.4%나 급증한 2억4,400만달러에 달했다는 사실과 대조적이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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