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이 브라질 현지에 시합 전날이나 전전날 도착했다고 상상해 보자. 스포츠 신문은 물론이고 일간지와 인터넷에 시차 극복과 현지 적응을 고려하지 않은 상식 이하의 남미 원정이라는 비난 기사와 댓글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수면과 건강, 신체 리듬이 급격히 변할 때 생기는 부작용과 컨디션 저하에 대해서는 경험상 누구든 직관적으로 알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지당한 반응들이다.
그러나 신체 리듬 교란과 건강 위협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과학적 관리는 국가대표만의 몫이고 대다수의 야간 교대 근무자들에게는 그 달 그 달 근무 배정표에 자신의 신체를 맞추고 참는 것이 올바른 직업관이고 성실한 근무태도가 될 뿐이다. ‘야간 근무야 뭐 다음 날 낮에 그만큼 자면 되지’하고 의지를 다잡아 보겠지만 다음날 충분히 잠을 잔다면 밤샘 근무가 건강에 미치는 위해(危害)는 없는 것일까?
우선 직접적인 업무 관련 위험을 살펴 보자. 야간 근무 시 업무 관련 사고 확률은 낮 근무보다 높아지며 밤샘 근무 후 귀가 시 졸음 운전의 위험이 있다. 야간 근무를 오래 지속하면 고혈압, 비만, 소화기 장애는 물론 당뇨와 심장병, 발암 위험도 높아진다. 이는 야간 교대 근무 시 흡연과 야식의 빈도가 높아지므로 담배와 비만으로 인한 만성질환 위험이 높아지는 것 외에도 신체 리듬 교란 자체가 우리 몸에 상당한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항공기 승무원이나 야간 교대 근무 여성처럼 신체 리듬 주기에 맞게 잠을 자지 못한 여성들의 유방암 발병 위험이 높아짐이 보고 된 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2007년 교대 근무로 인한 수면 주기 교란을 2급 발암물질로 지정했으니 만성화된 불규칙한 수면은 암을 포함한 모든 질환의 위험인자라고 할 수 있다.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 식당이 도처에 있는 우리 나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야간 교대 근무를 피할 수 없다면 몸에 무리를 최소화 하도록 조절해 주는 것이 중요한데, 쉬운 방법은 근무 교대 전에 한숨 자두는 일이다. 이를 ‘예방적 낮잠’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도 요령이 있다. 야간 근무를 앞두고 있다면 낮잠은 안자는 것보다 자두는 것이 무조건 좋다. 단 너무 깊이 너무 많이 자면 완전한 각성 상태가 될 때까지의 시간이 길어진다는 점을 감안해 깨자마자 일을 시작하려 한다면 45분 이상 자지 않는 것이 좋다. 근무 중에 카페인 음료를 마시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인데 원칙은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이다. 보통 카페인 60㎎(커피 한 잔, 차 한 잔, 탄산음료 한 캔)를 2시간 간격으로 마시면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 데 충분하다. 또한 근무 후에 수면을 취할 계획이라면 수면 시간으로부터 6시간 전부터는 카페인 음료를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밤에 숙면하는 것, 그것도 암 예방이다. 단 월드컵 경기 시청과 같이 4년에 한 번, 며칠 잠을 설치는 것은 통계적으로 위험한 정도는 아니다.
주웅 이대여성암병원 부인종양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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