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기간 의견차 못 좁혀…정부 "향후 새 절충안 제시 없다"
한국주유소협회가 12일 예고했던 동맹휴업을 유보하기로 했다.
주유소협회는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와 막판까지 협상을 벌였으나 정부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협상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12일 예정된 동맹휴업은 일단 유보하되 24일 재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문을 닫은 주유소로 시민들과 소비자가 겪을 불편은 일단 해소됐지만 휴업의 '불씨'는 계속 남겨두게 됐다.
주유소협회는 그동안 석유제품 거래상황기록부 주간보고제도의 시행을 2년 유예해달라고 계속 요구해왔고, 정부는 예정대로 7월 1일 자로 시행하되 6개월간 과태료 부과를 유예해주겠다는 입장이었다.
양측간 입장이 계속 평행선을 달리자, 주유소협회는 막판에 정부안대로 7월1일 자로 주간보고제를 시행하되, 시행 후 2년간은 협회가 직접 회원사들로부터 보고를 받아 석유관리원에 넘겨주는 종전 방식을 유지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협회 관계자는 "회원사들이 보고에 어려움이 있거나 보고가 지연될 경우 협회가 도와주기 위한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 방안 역시 6개월 동안만 가능하다는 뜻을 제시해 11일 오후 4시부터 12일 오전 2시까지 10시간에 걸쳐 진행된 '마라톤협상'에서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고 주유소협회측은 설명했다.
특히 정부와의 협상 와중에 '주유소협회가 동맹휴업을 철회했다'고 회원사들에 잘못 알려져 혼선이 나타나면서 동력을 잃게 되자, 결국 휴업 카드를 접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협회 측은 "정부의 협상 의지가 전혀 없었다"면서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에 동맹휴업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 측은 타협안을 제시해도 산업부가 몇시간 검토를 거친 뒤 다시 '원안대로 하자'며 제자리걸음을 했다고 주장했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석유관리원이 이미 주간보고 시행과 관련해 전산보고시스템 구축을 위한 인프라 개발비 등 2년간 쓸 수 있는 예산 130억원을 받았다"면서 "이 때문에 산업부가 끝내 2년안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협회 측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점을 확인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협회에서 종전 방안을 2년간 유지하겠다는 제안을 한 것은 제도개선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어서 타협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의견 조율 과정 자체도 '협상'이라기보다 '대화'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률에 따라 시행되는 제도이므로 협상으로 내용을 수정할 수 없고 대화를 나누며 업계의 애로점을 개선할 여지가 있는지를 따지는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이날 비상근무체제를 가동해 밤샘 대기하던 협회 임직원들은 의견 조율에 실패한 이후 오전 3시께 휴업 참여 의사를 밝혔던 일선 주유소들에 유보 결정을 알렸다.
이에 앞서 주유소협회는 정부가 주간보고제 시행을 2년 유예해주지 않으면 전국 1만2천600여개 주유소 가운데 3천29개 주유소가 12일 하루 동맹휴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일단 24일 동맹휴업 재추진을 내걸고 산업부와 협상을 재개하는 한편 회원사들에 호소문을 보내 협상 상황을 공유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주유소협회가 정부와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서 24일 동맹휴업 재추진도 사실상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협회는 "경찰에 주유소로 찾아와 휴업 불참을 종용하는 등 공권력까지 동원한 전방위 압박에 일부 주유소가 대열에서 이탈하기도 했지만, 협상 진행 상황을 공유하면 오히려 참여 주유소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일단 지자체와 석유관리원의 도움을 얻어 협회 측이 실제로 동맹휴업을 유보했는지를 영업 현장에서 점검하는 한편 협회 측에는 대화의 문을 열어놓을 방침이다.
다만 산업부는 협회 측이 제도시행에 협조할 것을 설득하는 데 대화의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새로운 절충안을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협회 측이 재추진하기로 한 동맹휴업에 대해서는 불법행위인 만큼 사업정지 처분과 과징금 부과 등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원칙론을 유지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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