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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 밑 '지하벙커'엔 치과시설만 덩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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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 밑 '지하벙커'엔 치과시설만 덩그러니

입력
2014.06.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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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여명의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도피 조력자들을 검거하기 위해 11일 오전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본산인 경기 안성시 금수원에 진입, 수색을 하고 있다. 안성=뉴시스
6,000여명의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도피 조력자들을 검거하기 위해 11일 오전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본산인 경기 안성시 금수원에 진입, 수색을 하고 있다. 안성=뉴시스

검경, 정밀 수색 펼쳤지만 결정적 증거 확보에 실패

'김엄마' 탑승 추정 차량서 하이패스 카드는 압수

일부 검경들 현장서 낮잠 "시간 때우기 수사" 비판도

가랑비가 흩날린 11일 새벽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본산 경기 안성시 보개면 금수원 주변은 긴장감에 휩싸였다. 서울과 경기에서 동원된 기동대 63개 중대와 정보관 등 경찰 6,000여 명은 오전 4시 30분부터 속속 집결했다. 강제 진입을 감안해 물대포와 119구급대도 배치됐다. 경찰은 오전 6시 30분쯤 금수원 앞 38번 국도 양방향 차량통행을 차단했고, 중앙분리대를 50m 정도 절단했다. 같은 시간 구원파 신도들도 차량 등을 이용해 속속 도착했다. 신도들은 정문 앞으로 모여들었지만 우려했던 충돌은 없었다.

첫 공개된 구원파 속살

압수수색은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강당에 집중됐다. 예배당으로 쓰이는 대강당 단상 아래에는 지하벙커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경찰이 문을 열고 들어간 지하는 약 100㎡(30평) 넓이로 치과용 의자 등이 놓여 있는 의무실이었다. 신도들은 “지하벙커 같은 건 없다. 치과 치료나 응급상황 시 사용하기 위한 시설”이라고 했다.

대강당 2층에는 유씨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사진작업을 한 사무실과 창고가 있었다. 조각품과 시계 등이 아기자기하게 배치된 사무실에는 사무용 책상과 컴퓨터, TV, 회의용 식탁 등이 놓여 있었다. 경찰은 비누와 면봉 등을 수거했고 유씨가 사용한 물건에 남아 있는 유전자(DNA)도 채취했다.

검경은 대강당 바닥에 깔린 매트리스를 하나하나 걷어낼 정도로 정밀한 수색을 펼쳤지만 결정적 증거 확보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핵심 조력자인 일명 ‘김 엄마’(59ㆍ여)가 탄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에서 신분증과 고속도로 하이패스카드를 압수한 정도다. 김 엄마와 신 엄마(64ㆍ여)의 검거에는 실패했다. 검경은 하이패스카드로 김 엄마의 이동경로를 분석해 유씨의 소재지를 추적할 계획이다.

이날 경찰은 밤 늦게까지 수색을 계속했고, 12일부터는 세간에 떠돌던 땅굴 존재 여부도 확인할 방침이다.

금수원 내 치과 안성=김민정기자
금수원 내 치과 안성=김민정기자

금수원 현장 안성=김민정기자
금수원 현장 안성=김민정기자
금수원 현장
금수원 현장
예배당으로 사용된 강당 모습 안산=김민정기자
예배당으로 사용된 강당 모습 안산=김민정기자

역시 성급한 작전이었나

이날 압수수색은 충분히 예측이 가능해 애초에 성과가 나오기 힘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10일 박근혜 대통령의 호된 질책 이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고 대규모 공권력 동원을 경찰에 요청했다. 경기지역 경찰서의 경찰들에게도 동원령이 떨어져 이날 동 틀 무렵 진입한다는 정보는 여기저기로 새 나갔다. 같은 날 오후 경찰 헬기는 금수원 상공을 상당시간 정찰해 신도들 사이에서는 “곧 들어오겠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압수수색 전 이태종 구원파 임시대변인도 “안에 들어가봤자 체포할 사람은 없다"고 자신했다. 사실상 체포대상인 핵심조력자들이 이미 안에 없다는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었다.

갑자기 동원된 영향인 듯 느슨한 검경의 모습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일부 경찰은 오후에 대강당 주변 잔디에 누워 낮잠을 잤고, 검찰 수사관 몇 명도 대강당 매트리스에서 두 시간 이상 잤다. 이를 본 한 신도는 “시간 때우기 수사”라고 비꼬았다.

검찰은 가장 먼저 체포된 신도 최모(44)씨에 대해 “수배자 명단에 있다”고 했다 얼마 뒤 “명단에 없다”, “수사대상이다”며 말을 바꾸는 등 치밀하지 못한 모습도 보였다. 이모(57)씨는 최씨 체포에 “왜 영장도 없이 체포하느냐”며 항의하며 승강이를 벌이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몇몇 신도들은 각각 다른 경찰들에게 3, 4번이나 주민등록증 제시를 요구 받자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신도 정모(52)씨는 “애초부터 우리를 범죄자로 취급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안성=이현주기자 memorybox@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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