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한 정부출연연구기관 신입사원 30여명은 경기 안산의 C훈련단을 찾았다. 3주간 이뤄지는 신입사원 교육 중 2주차 교육 목표인 동료애를 다지기 위해서다. 이들은 온몸 비틀기 등 군대 유격훈련 PT체조, 도하 등 각종 극기 훈련을 사흘 동안 받았다. 연구기관 관계자는 “교육과정 평가결과를 보면 극기훈련의 만족도가 가장 높다”며 “서로 맡은 연구를 하는 연구원 특성상 동료의식 함양은 흐트러진 조직문화를 바로잡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기관은 지난해 4, 10월 두 차례 이곳에서 극기훈련을 진행했고, 올해 11월에도 계획 중이다.
지난해 7월 충남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의 목숨을 앗아간 태안 해병대캠프 사고 이후 극기훈련장을 방문하는 학교는 줄었지만, 기업과 개인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극한 체험 과정에서 배려심ㆍ인내심ㆍ리더십 등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C훈련단은 지원 동기ㆍ목적 등 학부모가 적은 참가신청서를 심사해 참가 여부를 결정할 정도다.
하지만 “바다로 뛰어들라”는 교관의 지시에 따랐다가 변을 당한 태안 사설 해병대캠프의 사례에서 보듯 명령과 복종 같은 군대문화를 내면화하는 것은 오히려 주체적 시민을 길러내지 못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영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극기체험장을 찾는 건 평소 하지 못한 경험을 통해 모험심과 개척정신을 기르기 위해서인데, 군대의 상명하복 문화를 그대로 갖고 온 군대캠프는 학생과 신입사원 모두에게 윗사람의 명령은 무조건 따르는 게 좋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용 계명대 교육학과 교수도 “조교들의 위압적인 명령과 지시, 얼차려 등은 굉장한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자율성, 창의력을 죽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군대캠프 경험은 시대가 요구하는 창조ㆍ창의적인 인재상과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세월호 침몰 참사 후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군대 다녀와야 사람 된다’는 잘못된 믿음에서 초등학생에게까지 화생방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극기훈련 관행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안양의 한 초교 교장은 “추억은 될 수 있어도 사흘 훈련으로 인내심과 리더십 등을 함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학생 본인이 프로그램을 기획해 가족과 박물관ㆍ과학관 등을 방문하는 게 오히려 리더십과 창의력을 기르는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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