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완화로 가닥 불구 불확실성 탓에 거래 급감
시장은 다시 전세대란이 우려되는 데 정부의 불확실한 정책이 한 몫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책 발 거래 절벽이 생기면서 잠재 매매 수요가 전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1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4월 들어 4주 연속 하락(-0.01~-0.02%)하던 수도권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5월 둘째 주(5~9일)부터 다시 상승하고 있다. 이후 3주간 상승폭(0→0.02→0.03%)도 커졌다. 지난해 하반기 정점을 찍은 전셋값은 올 들어 추세가 꺾이긴 했지만, 봄철 입학시즌이 지난 5월은 흔히 전세시장의 비수기라는 점에서 최근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전문가들은 임대소득 과세 원칙 발표 (2월26일) → 1차 보완대책 발표(3월5일) → 2차 보완대책 논의 등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을 한 원인으로 꼽는다. 사실 임대소득 과세는 집을 2채 이상 소유한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사안인데도 무주택자와 연결된 전셋값이 움직인 것이다. 관련 법안 확정이 지연되면서 부동산시장 전체가 흔들린 셈이다. 정책이 오락가락할 때는 기다리는 게 상책이라는 학습효과도 작용했다.
임대소득 과세 방침 지연은 무엇보다 시장의 관망세를 불렀다. 무주택 실수요자가 집을 사려는 결단을 하기 위해선 앞으로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기대와 거래 증가 등 시장 분위기가 받쳐줘야 한다. 그러려면 여력이 있는 다주택 소유자들이 주택 거래를 주도해야 하는데, 과세 방침이 바뀔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거래량이 급감했고 집값은 떨어졌다.
실제 이날 주택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주택시장 분위기를 가늠하는 이달의 전국 주택사업환경지수는 101로 전달보다 12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서울(16.4포인트) 및 수도권(24.2포인트)의 하락폭이 컸다.
결국 무주택자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확신할 수 없는 집을 사는 것보다 값을 올려주더라도 계속 임대로 눌러앉게 되는 것이다. 전세 수요가 늘다 보니 전셋값도 당연히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규정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전세대란 잠복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임대소득 과세의 불확실성을 빨리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부처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다가 이날에서야 사실상 완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간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정책마다 ‘발표→부작용→보완책→시장 반발→추가 대책 부인→수정안’의 악순환을 반복했다. 지난해 양도소득세 5년간 면제 등을 담은 4ㆍ1 부동산대책의 약발이 미진하자 7ㆍ24 공급량 조절대책, 8ㆍ28 전·월세 대책, 12ㆍ3 후속대책 등을 잇따라 내놓았지만 부동산 침체는 지속됐고 치솟는 전셋값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 뜸을 들이는 바람에 거래절벽 문제만 커졌다는 지적이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정책 준비가 치밀하지 않은데다 이해당사자에게 휘둘리기까지 하니 조세 정책이 오락가락한 것”이라며 “정부가 시장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