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복지에 비판적 시각
“나를 보수논객이라는데
여론에 휘둘린 편견일 뿐”
성소수자 축제 원색 비난도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는 11일 서울대 초빙교수로서 가진 마지막 강연에서 보편적 복지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문 후보자는 중앙일보 재직 시절 보수적 색채가 강한 칼럼으로 진보 진영의 강한 반발을 사왔는데, 이날도 역시 같은 시각을 드러냈다. 보수 진보를 아울러 포용적 국정을 펼쳐가야 할 국무총리로선 역사관과 정치사회관이 너무 한 쪽으로 치우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문 후보자 이날 서울대 IBK커뮤니케이션센터에서 열린 ‘저널리즘의 이해’ 과목의 종강연에서 “(복지에) 기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자기 힘으로 살수 있으면 자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후보자는 먼저 “젊은 후배들이 바르게 자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는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복지를 더해달라, 버스를 공짜로 태워달라며 기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노약자나 장애인처럼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자기 힘으로 걸을 수 있고, 자기 힘으로 살수 있으면 자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견 자립을 강조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엔 복지확대에 대한 문 후보자의 기본 시각이 자체가 부정적임을 보여주는 발언이란 게 일반적 시각이다. 실제로 문 후보자는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던 시절에도 무상급식에 대해 '사회주의적'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무상급식 논란이 한창이던 2010년 3월 ‘공짜 점심은 싫다’는 칼럼에서 “무료급식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학생들의 무료 급식 모습을 북한의 식량 배급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어떤 사람은 이런 주장을 보수의 논리라고 하는데 이는 인간 삶의 문제”라며 “숲 속 식물이 그렇듯 국민 각자가 독립적으로 살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자는 다수에 휘둘리는 민주주의 폐해를 들어 자신에게 붙은 보수논객이란 공격도 적극 반박했다. 그는 “민주주의는 여론에 휘둘려 편견을 만들기도 한다”며 “문창극하면 보수논객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완전 고정관념”이라고 받아 쳤다.
그는 지난 7일 신촌 일대에서 진행된 성소수자 축제에 대해서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문 후보자는 "무슨 게이 퍼레이드를 한다며 신촌 도로를 왔다 갔다 하느냐"며 "나라가 망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젊은 사람들이 바른 생각을 해야 한다"고 수 차례 강조하며 "(동성애가) 좋으면 집에서 혼자 하면 되지 왜 퍼레이드를 하느냐"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극단적 민주주의의 결과로 입성한 민주권력인 독일의 나치는 어머니를 잡아먹는 살무사처럼 민주주의를 파괴했다. 소수의 인권, 소수의 자유도 있는데 이를 다수가 짓밟아선 안 된다"며 '소수자 권리'를 강조해 이율배반적이란 지적을 받았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에 대해선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어느 사회나 갈등이 있지만 우리는 되돌아 올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균열이 생겼다”며 “빨리 불신을 극복하지 않으면 쇠퇴의 길로 접어들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자가 '대북강경론자'라는 건 이미 여러 칼럼을 통해 잘 알려진 사실. 문 후보자는 칼럼을 통해 북한의 핵 실험에 대해 '전쟁불사론'과 핵무장을 통한 '맞대응론'을 내세우는 등 매우 강경한 안보관을 피력해왔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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