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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위탁했던 업체 상호 바꿔 재영업... 누구든 위험 빠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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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위탁했던 업체 상호 바꿔 재영업... 누구든 위험 빠질 수도

입력
2014.06.11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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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19일 충남 태안 안면도 앞 해역에서 해경 수색대원들이 해병대 캠프 훈련 도중 실종됐던 학생의 시신을 인양하고 있다. 힌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7월 19일 충남 태안 안면도 앞 해역에서 해경 수색대원들이 해병대 캠프 훈련 도중 실종됐던 학생의 시신을 인양하고 있다. 힌국일보 자료사진
학생들이 해변에서 군대식 유격훈련을 받고 있다. 해병대 캠프는 극한 체험 과정을 통해 배려심과 인내심 등을 키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한때 각광받았으나 전문가들은 오히려 자율성 창의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학생들이 해변에서 군대식 유격훈련을 받고 있다. 해병대 캠프는 극한 체험 과정을 통해 배려심과 인내심 등을 키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한때 각광받았으나 전문가들은 오히려 자율성 창의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올해 2월 서울의 유명 사립대 생명과학과 학생들은 학술답사 숙소를 물색하다 충남 태안 안면도에 있는 A유스호스텔에서 묵기로 했다. 단체 숙박, 바비큐 시설이 완비된데다 각종 수련회나 워크숍, 세미나 전문 장소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A유스호스텔은 지난해 7월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설해병대캠프 참사와 관련된 업체였다. 당시 공주사대부고와 계약한 H유스호스텔은 사설 여행업체에 해병대캠프 사업을 위탁했고 이 업체가 다시 무자격 교관을 고용한 사설해병대캠프 업체에 재위탁하는 구조였다.

A유스호스텔은 참사 발생 4개월 만에 H유스호스텔이 이름만 바꿔 영업을 재개한 곳이었다. 참사와 관련해 당시 H유스호스텔 대표 오모(50)씨는 무허가 업체에 위탁을 주고 사업장 내 인명구조요원을 배치하지 않은 책임이 인정돼 1심 재판에서 징역 6월(수상레저안전법 위반)을 선고 받았다. 대표가 형사처벌을 받는 등 사고에 도의적인 책임이 있는데도 해당업체는 이름만 바꿔 영업을 재개했고, 이를 막을 법적 장치는 아무것도 없었다.

참사 이후 무엇이 바뀌었나

H유스호스텔은 지난해 10월 말‘H유스호스텔’에서 ‘A유스호스텔’로 상호를 바꿔 등기를 신청했고 태안군은 11월 변경된 상호로 영업 허가를 내줬다. 태안군 관계자는 “문제가 된 업체이기 때문에 신청을 반려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허가를 내 줄 수 밖에 없었다”며 “다만 도의적인 책임을 물어 당분간 영업을 중지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해당 유스호스텔은 사고 당시 태안해경으로부터 수상레저안전법 위반으로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받았고, 태안군청의 권고를 받아들여 이달말까지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현행 청소년활동진흥법상 문제 업체의 영업 재개를 막을 근거는 없다.

답사 숙소를 찾던 생명과학과 대학생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당시 예약을 맡은 학생은 “인터넷을 검색하다 괜찮은 숙소 같아서 문의 전화를 여러 번 했는데 한 통도 받지 않아 예약을 포기했다”며 “사고와 관련 있는 업체라는 걸 알았다면 아예 이용할 생각도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체적인 영업 중지 기간이 끝나면 또다른 누군가가 해당 업체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참사 이후 다양한 재발방지대책이 쏟아졌다. 해병대 캠프가 명칭만 도용한 ‘짝퉁’ 캠프였던 것이 드러나면서 해병대사령부는 지난해 8월 사설 캠프에 ‘해병대’ 명칭 사용을 금지했고, 올해 1월에는 ‘해병대’ 명칭에 대해 특허청 상표 등록을 했다.

허점투성이인 청소년활동진흥법도 개정됐다. 위험도가 높은 수련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인증을 의무화했고, 안전 사고가 우려되는 경우에는 지자체장이 즉각 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했다. 수련시설에 대한 종합평가도 의무화됐다. 또 정식 신고나 등록이 안 된 업체에 대해서는 위탁을 제한하되 주요 프로그램의 경우 위탁을 아예 금지했다.

교육부도 각 시ㆍ도 교육청에 ‘수학여행ㆍ수련활동 등 현장체험학습 운영 매뉴얼’을 배포하는 등 재발방지책을 마련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또 뒷북 대응

하지만 이렇게 쏟아진 개선책들은 결과적으로 9개월 뒤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세월호 침몰 참사를 막지 못했다. 단원고는 최근 3년 간 같은 일정으로 동일업체와 계약해 수학여행을 다녀왔고, 교사들은 배가 아닌 비행기로 현장 답사를 갔다. 국내에 공인된 해병대 캠프가 없는데도 ‘바른 품성 5운동’을 강조하며 해병대캠프를 장려한 충남도교육청, 인근 학교도 동일한 업체를 통해 아무 탈 없이 해병대캠프를 다녀왔다는 이유로 철저한 사전답사 없이 H유스호스텔과 계약한 공주사대부고 등의 관행이 참사 원인으로 지적됐지만 세월호 참사 앞에서 교훈이 되지는 못했다. 참사 이후 나온 대책 중 일부는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생들의 단체활동 안전대책 마련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학교 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여야 정쟁으로 국회에서 낮잠을 자다가 세월호 침몰 참사 직후에야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달 초 공포됐다. 수련활동, 수학여행 등 학교 밖에서 체험 위주의 교육활동을 하는 경우 학교장이 직접 안전 여부를 확인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이었다.

교육부가 마련한 현장체험학습 매뉴얼 개선도 아직 진행중이다. 교육부는 해병대캠프 참사 후속조치로 ▦수련활동 시설 선택 시 주의사항 ▦체험 프로그램 선정 기준 ▦업체 입찰과정 투명성 등을 담은 ‘체험학습 운영 매뉴얼’을 만들어 각 학교에 배포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자 안전 매뉴얼을 별도로 만들고 있다. ▦수학여행을 가는 도중 배가 침몰했거나 ▦수련원에 화재가 났거나 ▦산행 중 벌에 쏘이는 등 체험학습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비상상황에 따른 구체적 행동요령을 매뉴얼화하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늦어도 새 학기가 시작되는 9월 전까지는 각 학교에 책자로 안전매뉴얼을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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