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새 총리 후보로 언론인 출신인 문창극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초빙교수를 깜짝 지명한 것을 두고 정계 원로들은 대체로 “고심한 흔적은 보이지만, 국민 화합에는 어긋난 인선”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그러면서도“실질적 권한을 갖고 국정을 이끌어 가는 ‘책임 총리’가 시대적 요구인 만큼 문 후보자가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을 분명히 해야 인사청문회의 문턱을 넘어 성공한 총리로 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11일 “문 후보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제각각 다르겠지만 박 대통령 입장에선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안대희 후보자 낙마에서 보듯 총리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진데다 국가적 재난까지 겹친 상황에서 최적의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한 평가다.
김대중 정부 초대 중앙인사위원장을 역임한 김광웅 명지전문대 총장은 “최근의 민심이 문 후보자 지명으로 이어지진 않았을 것”이라며 “세월호 사고 자체보다는 박 대통령이 구상하는 국정 혁신 방향과 문 후보자가 중시하는 기본 원칙이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의 민심을 수용한 것으로 보긴 어렵지만, ‘국가 개조’라는 국정 방향에 적합한 인물을 고르려고 노력한 측면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인선이 국민 화합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혹평도 없지 않았다. 국회의장을 지낸 임채정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은 “박 대통령이 김대중ㆍ노무현정부에 줄곧 적대적 시각을 드러낸 문 후보자를 밀어붙인 것은 야당과 국민을 향한 도발로 볼 수밖에 없다”며 “어떠한 반성이나 새로운 지향점 없이 여전히 나홀로 국가를 끌고 가겠다는 독선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뿐만 아니라 여권의 한 원로도 “대통령이 ‘강철’인데, 강한 성향의 총리가 임명돼 나라를 너무 한쪽으로 몰아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문 후보자의 강한 보수적 색채로 인해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의 가교 역할을 하며 타협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문 후보자는 ‘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박 대통령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낸 적이 있다”면서도 “다만 야당의 이념 편향 우려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제대로 된 소통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문 후보자와 가까운 한 인사는 “문 후보자는 언론인 시절 스스로 ‘대형’을 자처할 정도로 적극적인 성격”이라며 “화합형 인사 여부는 당장 판단은 곤란하겠지만 소통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두둔했다.
행정경험이 전무한 문 후보자가 관피아 척결 등 수많은 난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강한 책임 의식과 함께 대통령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총리를 지낸 한 원로는 “문 후보자가 너무 경험이 없는 게 걱정”이라며 “언론인으로서 평생을 자유롭게 살아 온 문 후보자가 국정 전반을 아우르며 민심을 어루만져야 하는 국무총리로서의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박관용 전 의장은 “대통령제에서 완벽한 책임총리란 있을 수 없는 탓에 대통령이 먼저 가급적 많은 권한을 총리에게 이양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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