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조직 82명 입건
주민이 입주하지 않은 아파트의 경비 업무를 공짜로 맡는 대신 아파트를 상대로 영업을 해야 하는 영세 인테리어 업자 등에게 자릿세 명목으로 돈을 뜯어온 조직폭력배들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경찰은 LH, SH공사 등 시공사들이 이런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영세 상인들에게 자릿세나 보호세를 받아온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등 위반)로 부천식구파 조직원 김모(37)씨 등 5명을 구속하고 7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들은 각각 폭력조직 6곳에 소속돼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LH가 시공한 충남 홍성 지구, SH의 강남 세곡지구 등 분양이나 입주가 진행되고 있는 아파트 단지 7곳에서 인테리어나 통신업체 업주 등 70명에게 돈을 뜯은 혐의다. 이들이 빼앗은 돈은 2011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1인당 100만~800만원씩 총 1억7,000여만원에 달한다.
조사결과 김씨 등은 아파트에 주민이 절반 이상 입주할 때까지는 경비 비용을 시공사가 부담해야 하는 점을 노렸다. 이들은 무상으로 경비를 해주겠다며 시공사와 경비, 청소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는 아파트에 출입하려는 인테리어업자, 통신업체, 신문ㆍ우유 배달 업체에 광고비, 폐기물 처리비, 자릿세 등의 명목으로 돈을 뜯어냈다. 순순히 돈을 내지 않는 업자들에게는 욕설과 폭행이 가해졌다.
입주자와 이미 계약을 맺은 인테리어 업자들로부터 계약서를 강제로 빼앗아 금품을 갈취하거나 웃돈을 받고 다른 인테리어 업자에게 넘긴 사례도 적발됐다. 피해자들은 아파트 단지에 홍보 부스를 설치하거나 광고 스티커를 붙일 때도 이들이 금품을 요구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폭력조직과 경비 계약을 맺고 불법 행위를 방관한 혐의로 SH공사의 강남구 세곡3, 4단지 현장소장 송모(59)씨 등 2명을 별도로 불구속 입건했다. 아울러 경찰은 시공사에 현장소장 등에 대한 관리 감독 강화를 요구하는 한편 유사 범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비 업무에 들어가는 인건비를 아끼려는 시공사와 조직폭력배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져 발생한 사건”이라며 “재발 시 시공사의 책임자도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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