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개성공단 국제화

입력
2014.06.11 20:00
0 0

명품 핸드백 같은 고급봉제품의 품질은 소재 못지 않게 바느질에 달려 있다. 봉제 공정의 자동화로 고품질의 봉제실과 함께 바늘의 성능이 좋은 바느질의 열쇠다. 고속으로 진행되는 바느질 공정에서 바늘이 시원찮으면 부러지거나 땀(스티치)을 건너뛰고 재료를 손상시키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하찮게 여겨지는 바늘이 봉제산업의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이유다. 정밀기계 산업의 하나인 바늘 제조업 선두 주자는 단연 독일의 그로츠 베커르트사다.

▦ 이 회사가 외국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개성공단에 입주한다. 통일부는 10일 그로츠 베커르트사가 개성공단에 영업소 형태로 진출하겠다고 신청해와 허용했다고 밝혔다. 공장을 지어 바늘을 직접 생산하는 게 아니라 개성공단 내의 의류, 신발 생산 기업에 다양한 종류의 바늘을 판매하는 영업소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북한 측 근로자 2명을 고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회사는 매년 대구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국제섬유기계전에 단골로 참가해왔다.

▦ 그로츠 베커르트사의 개성공단 진출이 비록 생산설비 투자는 아니지만 의미가 크다. 외국기업 진출에 의한 개성공단 국제화의 단초이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독일의 신발 생산기업, 러시아의 수산물 가공기업, 중국의 네일아트용 인조손톱 생산기업 등 세 곳은 개성공단에 공장을 지어 입주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을 밝혀왔다고 소개했다. 이들 기업은 남북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일일 상시 통행’ 문제만 해결되면 바로 입주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 개성공단 국제화는 지난해 8월 남북이 개성공단 재가동시 합의한 중요 사항 중의 하나다. 정부는 개성공단이 국제화하면 북측이 국제사회의 규범과 원칙에 벗어나는 억지를 부리지 못할 것으로 기대한다. 북측은 처음엔 6ㆍ15정신에 입각한 개성공단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며 극력 거부했으나 결국 받아들였다. 북측에도 나쁠 게 없다. 자신들이 목말라 하는 외국기업 투자유치에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바늘이 개성공단 발전과 남북 협력에 새로운 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